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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og]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가리비 간장버터구이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다. 그리고 홍가리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보는 중인데 시즌3에서 가리비 버터구이가 등장했다. 그래서 홍가리비 2kg 당장 주문했다. 작년엔 2900원에서 최저 1900원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는데 (알맹이가 좀 작긴 했다) 이번엔 큰걸로 시켰더니 킬로당 5900원. 30미 조금 넘게 들어있었다. 해면이랑 따개비랑 굴이랑 이것저것 달라붙어있어서 닦기 힘들지만 싱크대에 펼쳐놓고 가리비 전용으로 산 청소브러쉬로 문지르니 금방 떨어졌다. 술찜이나 파스타 할거면 좀더 깨끗하게 닦아야겠지만 알맹이만 빼낼거라 보이는 불순물만 씻어냈다. 물 안붓고 웍에 넣고 가열하면 가리비에서 물이 나오고 하나씩 입을 벌린다. 육수 빠지면 아까우니까 가급적이면 세워서 가열한다. 알맹이 제법 컸다. 비단가리비도 담백하.. 2023. 12. 22.
[lifelog] 타인을 견디는 것 문득 충분한 잠을 잔 것처럼 새벽에 개운하게 번쩍 눈이 떠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 티포트에 물을 끓여서 상온에 꺼내 둔 계란 두 개를 딱 8분만 넣었다 꺼내 노른자가 쫀득하게 익은 반숙계란에 차 한잔을 마시고 나면 차분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날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차고 푸른 새벽 공기 냄새를 맡으면 어느 날 긴 잠에서 퍼뜩 깨어나보니 알았던 모든 사람과 일궈 놓은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기이한 기분이 든다. 동네에서 일찍 여는 브런치 가게를 검색하다가 찾은 카페가 있다. 브런치는 퀄리티에 비해 좀 비싼 느낌이지만 공간도 넓고 사람도 많지 않고 음악도 시끄럽지 않아 좋았다. 소셜하우징+카페+문화공간 컨셉인듯했다. 사람도 많지 않고 엄청 조용했는데 어떤 사람이 음식을 엄청나게.. 2023. 11. 26.
[Tea] 믈레즈나 티하우스_무화과&얼그레이 (Mlesna Tea House_Fig&Earl Grey 삿포로 다이마루 백화점 슈퍼마켓에서 사 온 믈레즈나 무화과&얼그레이를 개시했다. 기존의 빈티지한 미국 간판 같은 매력이 있는 믈레즈나 패키지 디자인과는 완전히 달리 백작 영애의 티룸 같은 분위기의 디자인이다. 자세히 안 봤으면 믈레즈나인지도 몰랐을 것 같다. 가격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600엔대였다. 큐브 모양의 패키지 육면에 뭐라고 뭐라고 적혀있는데 난 일본어 잘 모르고.. 그냥 무화과가 좋아서 Fig&Earl Grey만 확인하고 샀다. 이거 말고도 추후에 리뷰할 아몬드 얼그레이 맛도 하나 샀다. 백도맛도 사볼까 고민했지만 그건 왠지 안마셔봐도 무슨 맛인지 알 것 같아서 생소한 것들만 좀 사 왔다. 번역해 봤다가 조금 당황함. 우아한 분위기에 그렇지 못한 호들갑 총 11포가 들어있다. 이 애매한 .. 2023. 9. 25.
[Lifelog] 백수(였던것)... 회사원이 된 지 얼마 안됐는데 그간 꽤나 정신이 없었는지 왠지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백수시절의 근황(이었던것)... 나는 평소에 화장을 대충 하고 다니는 편이었는데, 예술인인 H가 자신의 미적 감각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는지 홋카이도 여행에서 메이크업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돌아오니 마침 올리브영 세일 기간이어서 H가 추천해준 크리니크 치크팝을 샀다. 대학교 새내기 때부터 지금까지 코덕까지는 아니더라도 화장품에 영 관심이 없는 편은 아니었고, 화장이라는 작업을 재미있어 했다. 근데 졸업하고 수험생이 되면서 눈 뜨면 5분만에 세수하고 안경쓰고 선크림만 바르고 학원-독서실-집을 왔다갔다 했고.. 직장인이 되고 나니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소중해졌기도 하고.. 그래서 외부 미팅 없는 날에는 .. 2023. 9. 20.
[Lifelog] 8월의 홋카이도 쉽게 오지 않는 휴식기에 어디론가 길게 떠날까도 생각해 봤지만 꽤 자잘하게 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도무지 먼 곳이나 더운 곳으로 떠날 기운이 없었다. 어딘가 좀 선선한 곳이 있다면 떠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혼자 어디 낯선 곳으로 갔다가는 밑도 끝도 없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H와 나는 16년 전에 처음 만났다. 함께 자라면서 온갖 웃기고 창피하고 재밌는 역사가 많다. 언젠가 같이 여행 가자고 했으면서 지난 16년 동안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이제야 처음으로 같이 여행을 가게 됐다. 홋카이도의 유명한 식재료나 음식으로는 해산물(털게, 우니), 유제품(우유, 버터, 치즈), 채소(감자, 옥수수), 과일(멜론, 딸기), 양고기, 맥주, 스프카레 등이 있다. (거의 모두 내가 환장하는 것들임,,) 미식의 도시 .. 2023. 9. 5.
[영화리뷰]《비밀의 언덕,(2023)》, 이지은 https://youtu.be/NnwgJBIGzbc 한 달에 한 번씩 영화 리뷰를 하겠다는 새해의 결심이 무색하게도 마지막 리뷰를 쓴 지 몇 달이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영화는 열심히 보고 있었다. 글을 쓰는 것만 미루어 왔을 뿐. 의 주인공은 수도권의 가상 도시 '성원시'에 사는 5학년 소녀 명은이다. 엄마는 시장에서 젓갈가게를 하고, 아빠는 마땅한 직업 없이 엄마가 하는 젓갈가게를 거드는 둥 마는 둥 하는 한량인듯하고, 6학년인 연년생 오빠가 있다. 그리고 엄마의 의붓아버지와 의붓동생인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이 있다. 그는 학교에서는 공부도 곧잘 하고 교우관계도 좋고 글쓰기 대회에 나가서 곧잘 우수상도 받아 오는 모범생이다. 어느 날 명은이는 반장선거에 출마해서 학급반장이 되는데, 엄마 가게로 달려가.. 2023. 8. 16.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광화문 (2023.08.12.) 2023.08.12. 토요일 광화문 * 늦잠을 자고 일어나 광화문에 책을 사러 갔다. 종로-광화문-시청 일대는 내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지역이다. 고층 건물과 호텔들이 많아 도회적이면서도 오래된 낮은 건물과 인쇄사, 공업사 같은 작은 가게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선 거리가 있고, 고궁과 옛 관청이나 집터의 표지석이 남아 있는 것이 마치 몇 세기가 공존하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시청역 앞의 성공회 서울대성당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도심에 퍼질 때면 더 완벽해진다. 오늘도 여느 주말과 같이 집회가 있어 차량이 통제되었고, 버스가 서울역에서 멈추었다. 그 주변은 항상 온갖 집회가 열린다. 이 나라에서 뭔가를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호소하고 싶은 사람들은, 도움을 청하고 싶은 사람들은, 애.. 2023. 8. 13.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레몬 (2023.08.09.) 2023.08.09. 월요일 레몬 집에 시집이 몇 권 있는지 세어 보니 열 권이 있다. 이사 다닐 때마다 짐이 될 것 같아서 정말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책이 아니라면 거의 전자책으로 소장하는데, 시집은 왠지 침대 머리맡에 두고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는 사탕처럼 한 장씩 넘기며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시집 한 권을 사서 쭉 읽다 보면 난해하거나 별 울림이 없는 시도 많지만, 드물게 번개처럼 마음을 뚫고 들어오는 시도 있다. 뜨거운 모래밭을 걷다 내 마음에 꼭 드는 문양의 조개껍데기를 주워 유리병에 담아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는 기쁨, 나에게는 그런 순간을 건져 내는 것이 시집을 읽는 맛이다. 애인은 좀처럼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의외.. 2023. 8. 10.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혼자만의 여름 (2023.08.07.) 2023.08.07. 월요일 혼자만의 여름 오늘 마지막 출근을 하고 퇴사했다. 절대적으로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근속이 짧은 업계 특성을 고려하고 과거에 다닌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그래도 상당한 기간을 근무한 회사였다. 짐 정리와 자리 정리는 지난주에 다 끝냈고, 남은 연차를 몰아서 소진한 다음에 오전에만 출근해 인수인계를 한 뒤 다 같이 마지막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이직한 회사에 출근하기까지 아직 기간이 조금 남아서 이번 여름은 백수로 보내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애인도 마침 이 기간에 며칠간 속세와 단절될 예정이고, (딱히 많지도 않은) 다른 친구들도 평일에 일을 할 테니 아마도 혼자만의 여름이 될 것이다. 여름은 다들 누군가와 어디론가 떠나고, 어딜 가도 복작복작하고 와글와글한 .. 2023. 8. 7.
[Lifelog] 2023년 여름의 근황 퇴사를 했다. 회사원 기준으로 생각하면 빨리 때려치운 것이지만, 법인 소속 노무사 기준으로는 적지 않게 다녔다는 정도로 평할 수 있을 것 같은 기간을 근무했다. 그동안 동기들 평균 이상 횟수의 이직을 경험하면서 몇 개의 소규모 조직을 거쳤다. 여러 사람의 닮고 싶은 면과 닮고 싶지 않은 면을 접했고, 내가 어떤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때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는 일단 해 두면 어디든 써먹을 데가 반드시 온다는 것도. n년 전 이맘 때도 한여름이었다. 결과적으로 일주일 만에 퇴사한 모 법인이 있었는데, 출근 2~3일 차에 벌써 뭔가 잘못됐다는 본능적인 쎄한 느낌이 발끝부터 올라왔다. 대표는 별 쓸데없는 걸 가지고 대단한 것을 가르쳐준다는 듯이 기.. 2023. 8. 7.
[Tea] 카렐차펙_마론티 (Karel Capek_Marron Tea) 어떤 여름날의 연차. 깜빠뉴를 사러 들른 빵집에서 눈에 띄길래 사온 피스타치오 크림 소금빵과 어울릴 것 같은 마론티를 꺼냈다. 다람쥐가 몹시 귀엽다. 가벼운 티타임이라기엔 뭔가 거해보인다. 100 ºC에 4분. 바밤바 냄새가 솔솔 올라온다. 뭔가 알 것 같은 인공의 밤 냄새(=바밤바 냄새)가 난다. 그래도 뭔가 산뜻하기도 하고 기분좋은 맛이다. 가을에 낙엽 아래서 포르르 뛰어다니는 다람쥐들을 보며 한 잔 마시고 싶은 맛. 밀크티에도 잘어울릴 것 같다. 단맛을 조금 첨가하면 감칠맛이 난다고 포장지에 적힌 걸 늦게 발견했다. 피스타치오 크림 소금빵은 너무 느끼해서 난 별로.. 대신 이집 크랜베리 호두 깜빠뉴는 엄청 맛있음 2023. 8. 6.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모든 것이 끝장나도 내겐 아직 죽을 힘이 남아있다 (2023.07.19.) 2023.07.19. 수요일. 덥고 습함 모든 것이 끝장나도 내겐 아직 죽을 힘이 남아있다 모든 것이 끝장나도 내겐 아직 죽을 힘이 남아있다. If all else fail, myself have power to die. 오래 전에 김연수의 소설에서 본 인용문이다. 죽음을 쉬운 출구로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동안 긴장되는 모든 순간에 배짱을 키워주는 주문이었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로 심리상담을 받고 있었는데 오늘 더 이상 대화를 이어 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상담을 중단했다. 뻔한 이야기가 빙빙 도는 것 같다고 느꼈을 때 숨 막히는 절망감을 느꼈다. 각자의 삶에서 분투하는 연인이나 가족이나 친구에게 내 문제로 무게를 얹고 싶지 않았고, 애초에 그들이 해결할 수.. 2023. 7. 22.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Ashes to ashes, dust to dust. (2023.07.18.) 2023.07.18. 화요일. 비 오다 맑음 Ashes to ashes, dust to dust. 낮까지도 제법 비가 쏟아지더니 저녁이 되자 멀끔한 얼굴의 거짓말쟁이처럼 결백하게 하늘이 갰다. 생목숨이 여럿 스러지는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이 툭 내려앉는다. 사람 목숨 생각보다 질기다고 하는데 또 생각보다 너무 쉽고 허무하게 끊어진다. 모두가 이토록 연약한 육체를 가진 생명이구나. 늙고 병들고 다치는, 조금 전까지 숨을 쉬다가도 별안간 재처럼 바스러지고 깃털처럼 홀홀 날아가버릴 수 있는 육신을 가진 존재를 힘껏 사랑하기로 하는 것은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겠니? 그런데도 적당히 아프고 말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하는 데는 언제나 실패하고 기어이 고통의 범위를 확장하고 마는구나. 2023. 7. 22.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언어는 정신의 지문 (2023.07.17.) 2023.07.17. 월요일. 흐림 언어는 정신의 지문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라는 소설가 최명희의 탁월한 표현처럼, 글을 읽을 때도 사람의 얼굴을 볼 때처럼 느껴지는 첫인상이 있다. 나에게 감히 좋은 글과 나쁜 글의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까지 속속들이 논할 자격은 없지만, 한 명의 독자로서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글의 인상은 있다. 특히 싫어하는 류의 글은 이른바 '괜찮아 문학'인데, 따뜻한 감성과 달콤한 위로로 감싸져 있지만 아무 영양가도 없다는 점에서 불량식품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런 점에서 외면일기는 자의식에 잠겨 허우적거리다 개똥철학을 설파하거나 얄팍하게 토닥거리는 SNS 감성글을 쓰게 되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좋은 컨셉인듯하다. 활자들이 범람하는 시대다. 전통적인 문학 .. 2023. 7. 18.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우리 동네 (2023.07.14.) 2023.07.14. 금요일. 비 우리 동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상경했고, 몇 번 거주지를 옮겼다. 집이라기보다는 '한 칸'에 가까웠던 공간들이다. 대학교 근처에서 계속 살다가 졸업과 동시에 시험준비를 시작하면서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왔다. 이미 몇십 년 전부터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살아온 동네였다. 이사 오기 전부터 그곳에는 사이렌을 울리지 않는 (즉, 자살 또는 고독사한 사람의 유해를 거두러 가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는) 조용한 앰뷸런스가 자주 다닌다는 진실과 괴담이 반씩 섞인 듯한 섬뜩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스름한 새벽에 세수만 대충 한 뒤 아무 옷이나 걸치고 학원이나 독서실로 갔고, 고시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단백질 쉐이크로 점심을 때웠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아무렇게나.. 2023. 7. 18.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존중은 두려움에서 (2023.07.13.) 2023.07.13. 목요일. 비 존중은 두려움에서 열두 살 어린이가 계모와 친부에게 학대당하던 끝에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시간 간격을 두고 촬영된 아이의 사진에는 점점 눈의 초점이 사라지고 있었다. 세상에는 지옥에 떨어져야 마땅한 다양한 종류의 나쁜 놈들이 있지만,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그중에서도 생전에 어린이와 동물을 학대했던 자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다고 믿는다. 조금이라도 반격할 힘이 있는 대상 대신 괴롭혀봤자 어쩔 도리 없는 존재들을 일부러 골라서 행하는 최악의 비겁한 패악질이기 때문이다. 블라인드에서 '자살'을 검색해 보면 너무 많은 직장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많은 수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고, 흔히 말하는 좋은 회사.. 2023. 7. 16.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나는 왜 쓰는가> (2023.07.12.) 2023.07.12. 수요일. 맑음 여러 필독도서 목록에 올라 있는 조지 오웰의 를 아직 안읽어봤다. 다만 최근에 그가 (전차 안에도 차 끓이는 설비를 설치한다는 영국인답게) 맛있게 차를 우리는 11가지 원칙에 대해서 쓴 짧은 글 'A nice cup of tea'를 읽고 비슷하게 따라해본 적은 있다. 요즘 출퇴근길에 읽기 시작한 조지 오웰 에세이집 에 푹 빠졌다. (점잖은듯 하면서 약간 빈정대는 영국식 블랙유머가 취향이라면) 웃긴 대목도 많다. 결코 고상하거나 현명하다고 할 수 없는 자신의 면모까지 적나라하게, 그림처럼 촘촘하게 묘사하고 있는 문장들을 읽으면서 나는 글을 쓰면서 어디까지 솔직할 자신이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2023. 7. 13.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이상형 (2023.07.11.) 2023.07.11. 화요일. 많은 비 이상형 사람이 어떤 다른 사람을 만나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되고 헤어지는 일은 인류가 수없이 반복해온 것일텐데도 그 얘기는 왜 긴긴 겨울밤 내내 까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차가운 귤처럼 쌔그러운 즐거움인지 모르겠다. 사랑은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됐으니 여차하면 빠져 죽고 말지 뭐. 하는 식으로 미끄러지는 것이지 그 사람의 여러가지 면모를 심사숙고해봤을 때 객관적으로 이만하면 사랑할만한 것 같으니 특정 시점부터 사랑하기로 결정하는 식으로 빠질 수는 없는 것이니 흥미진진할 수밖에. 이상형은 사상이 섹시한 사람입니다. 라고 옛날 어디선가 말해본 적이 있다. 그렇게 말한 건 기억이 나는데 대체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아마 당시에는 레미제라블의 혁명.. 2023. 7. 13.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방랑 (2023.07.10.) 2023.07.10. 월요일. 흐림 방랑 십여 년 전의 나는 먹고사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 어려운 세상 모든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면서도 앞으로 뭐 먹고살아야 할지 걱정을 하기 시작하던 철학과 2학년이었다. 그런 걱정을 할 줄 알고 해야 하면서 그러게 왜 철학과를 갔는가? 열여덟 살에 가족의 죽음을 겪었고, 앞으로는 웬만한 것에는 초연해져서 웬만한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로 살고 싶었고 철학을 공부하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당연히 헛된 희망이었다. 평생을 수행해도 도달할까 말까 하는 경지인데 고작 척척학사가 된다고 이게 될 리가 없다.) 그쯤에 몇개월간 인도에 가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본 것도 아니었고 처음으로 외국에 가본 것.. 2023. 7. 10.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고통의 상상력 (2023.07.07.) 2023.07.07. 금요일. 맑고 더움 고통의 상상력 이십대 초반일 때, 개인적인 시름에 더해 다른 사람들의 고난 때문에 자주 슬퍼지곤 했다. 최저임금을 받고 4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별안간 일자리를 잃고 자식을 잃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받고 있는 대우 때문에 힘들었다. 아무것도 바꿀 힘이 없는 주제를 알았지만 적어도 누군가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동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아버지는 이름 없는 사회운동가였고 한때 정치범이었다. 그야말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기지 않았고, 남겨진 것은 연좌제와 자욱한 먼지 속의 생활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런 삶을 결코 닮지 않겠다고, 나는 내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생각했다. 책임지지 못할 이상은 경멸하기.. 2023. 7. 8.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drift apart (2023.07.06.) 2023.07.06. 목요일. 맑고 더움 drift apart 평일 저녁에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오래된 친구들과의 연락과 만남의 빈도조차 줄어가는 서른 즈음에 결이 맞는 이를 친구로 얻게 된 것은 몹시 감사한 일이다. 언젠가 비건식당과 찻집을 겸한 사무실을 차려 함께 덕업일치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헤어지는데 마음이 즐거워졌다. '서서히 멀어지다'라는 뜻의 'drift apart'는 시절인연을 참 직관적으로 형상화 해주는 표현 같다. 급류를 타고 가던 두 나무토막이 어디선가 만났다가 또 자연스레 떠내려가며 멀어져버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싸운 것도 아니고 미워진 것도 아니고, 언제부터 왜 멀어졌는지조차 기억하기 어려운 사람들처럼. 결국은 다른 곳으로 떠내려가게 되었어도 그 때 그 시절에 만났어야.. 2023. 7. 7.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You are what you eat (2023.07.05.) 2023.07.05. 수요일. 맑고 서늘함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이 물리적으로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이 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취향은 사람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제법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나요?", "주로 어떤 음식을 즐겨 드시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서 우리는 누군가가 어려서 무엇을 먹고 자랐는지, 어느 국가(지방) 출신인지, 어떤 종교를 믿거나 어떤 사상을 지지하는지, 어느 세대 사람인지, 낯선 문화를 얼마나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인지, 지금의 건강 상태가 어떻고 외모나 건강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까지 어느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나는 어려서 짜장면을 주문하면 꼭 .. 2023. 7. 5.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사라진 태풍의 이름 (2023.07.04.) 2023.07.04. 화요일. 많은 비 사라진 태풍의 이름 그동안 공기중에 잔뜩 머금고 있던 습기를 온통 다 토해내는듯 퇴근길에 우산을 써도 채 막지 못할만큼 많은 비가 왔다. 2004년 8월 16일 오후에 발생, 8월 19일 부산 일대에 상륙해 한반도를 휩쓸고 간 태풍의 이름은 메기였다. 거의 이십 년이 지났지만 그 거대한 물고기가 한바탕 용틀임을 하던 날 밤의 풍경은 아직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은 아마도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가장 죽음에 가까워졌던 순간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 살던 시골 우리집 근처에는 봄이면 하얀 찔레꽃 피던 조그만 산이 있었다. 메기가 우리집 근처에 오던 날 저녁에는 심상치 않게 비가 많이 왔다. 이웃에 있는 친척집으로 피신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천둥소리인지 뭔가 폭발하는지 모를.. 2023. 7. 5.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도움 되는 기분 (2023.07.03.) meet me 리추얼을 시작했다.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 님의 을 읽다가 밑미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한 번 들어가봤다가 마음이 홀려 리추얼메이커 김해서 님의 '하루 한 쪽 외면일기' 리추얼을 신청했다. 함께하는 메이트들의 글도 볼 수 있고, 3주간 매일 인증글을 올리는건데 쉬고싶은 날은 부담없이 쉬어도 된다. 글을 꾸준히 쓰겠다고 다짐해봐도 글감이 없으면 진득하게 글을 쓰기 어렵다. 글감이 없는 이유는 외부세계에 별 감흥을 못느끼기 때문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이나 먹었던 음식을 그저 기록하는 신변잡기적인 글을 쓰거나, 내면으로 침잠해서 자기연민이나 한탄이나 하소연하는 글을 쓰거나, 고작 그런 글밖에 못 쓰는 자신이 한심해서 아예 글을 안쓰게 된다. 그런데 외면일기(사람, 사.. 2023. 7. 3.
[Lifelog] 2023년 6월의 근황 근처에 외근 간 김에 코끼리 베이글에 갔다. 주말엔 오픈런 해야 한다는데 평일 오전이라 매장이 한산했고 원하는 걸로 골라 느긋하게 샀다.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은 아니었지만 레드페퍼 베이컨이랑 시금치 쫄깃하고 맛있었다. (개인적으로는 30분 줄서서까지 또 사러 갈지는 잘 모르겠다) 정신없이 바쁠 때는 들지 않는 생각이 조금 한가해지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러다가도 피겨여왕처럼 그 필드를 평정할 핵천재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세계를 제패하고 혁명이라도 일으켜보겠다는 엄청난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닌 주제에 뭐 이렇게까지 고민할 것 있나? 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평화가 찾아온다. 비교적 멋대로 살아보려고 이 길을 택했고, 스스로 처한 자리마다 주인이 되어서 만족스럽게 살다 죽고 말겠다. 마음의 평화를 위한 .. 2023. 6. 18.
[노동법 실무] 내 연차 제대로 계산하는 법 & 연차 촉진 제대로 하는 법 회계연도가 1월 1일 ~ 12월 31일인 회사의 경우, 곧 연차 촉진의 시즌이 도래합니다. 연차휴가는 모든 직장인에게 소중한 존재이지만, 의외로 제대로 알고 있기도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래서 2023.07.01.에 입사한 직원의 예시를 들어 연차휴가 계산방법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연차휴가 계산 방법에는 각각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과 모든 직원의 휴가 부여 및 사용기간이 일정한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입사일 기준) 입사 1년차(2023.07.01.~2024.06.30.) : 1개월 개근시마다 1일씩 11개월간 최대 11일의 연차 발생 입사 만 1년(2024.07.01.) : 15일의 연차 발생. (회계연도 기준) 입사 1년차(2023.07.01.~2024.06.30.) : .. 2023. 6. 15.
[Lifelog] 노동법령 용어번역 : 해고, 사직, 계약종료 최근에 의뢰를 받아 한-영 취업규칙을 하나 만들었다. '퇴직'에 관한 사항과 '제재(=징계)'에 관한 사항은 취업규칙의 필수기재사항이다. 근로기준법 제93조(취업규칙의 작성ㆍ신고)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각, 휴게시간, 휴일, 휴가 및 교대 근로에 관한 사항 2. 임금의 결정ㆍ계산ㆍ지급 방법, 임금의 산정기간ㆍ지급시기 및 승급(昇給)에 관한 사항 3. 가족수당의 계산ㆍ지급 방법에 관한 사항 4. 퇴직에 관한 사항 5.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에 따라 설정된 퇴직급여, 상여 및 최저임금에 관한 사항 6. 근로자의 식비, 작업 용품 등.. 2023. 6. 12.
[북 리뷰] 룰루 밀러,《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좋은 책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의식하면 종종 마음이 다급해진다. 좋은 책들만 읽기에도 삶은 너무 짧고 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죽어간 나무에게 사죄해야 마땅할 것 같은 책들 역시도 너무나 많고, 그래서 좋은 책을 잘 고르는 것부터가 하나의 과제가 된다. (울림을 주는 책을 만나는 운 좋은 경험을 자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그런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인용하거나 추천하는 책이 있는데, 그런 책을 고르면 대체로 타율이 좋았다.) 이것저것 많이 읽기보다 읽었던 책을 되새김질하는 것이 독서에서 더 중요한 습관이라는 것을, 그래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제대로 못할 거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게으른 성격 탓에, 어떤 책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를 공들여 표현하는 것도 미루어.. 2023. 6. 11.
[Tea] T2_멜번 브렉퍼스트(Melbourne Breakfast) vs. 로네펠트 비바바닐라 T2 세 도시 이야기의 마지막 편, 멜번 브렉퍼스트. 설명을 읽어보면 대충 무슨 맛일지 상상이 되는 바닐라 가향차라 가장 늦게 첫 개봉을 했다. https://scholabour.tistory.com/entry/Tea-RonnefeldtViva-Vanilla [Tea] 로네펠트_비바 바닐라(Ronnefeldt_Viva Vanilla) 요 며칠 게을러서 티타임도 못했다. 집에 오면 저녁이건 주말이건 누워서 넷플릭스나 왓챠만 봤거든... 잎차로 차를 우려서 마시는 것은 대단한 결심까지는 아니지만 약간의 부지런함과 여유가 scholabour.tistory.com 같은 바닐라 가향차인 로네펠트 비바 바닐라랑 비교시음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똑같은 용량으로 계량해서 우려내보았다. 각각 3g에 300ml, 10.. 2023. 6. 3.
[Lifelog] 2023년 5월의 근황 대학친구들과 모교 근처에서 만나서 저녁을 먹고 함께 캠퍼스를 산책했다. 누군가에게는 기대에 못미친 입시 성적에 따른 다소 아쉬운 학벌 정도의 의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배운 것도 받은 것도 만난 인연도 많아 이 학교에 다녔던 것이 감사하다. 그냥 똑똑할 뿐 아니라 개성이 뚜렷하고 신념이 확고한 사람들도 많았고, 지금도 각자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들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익숙했던 공간에는 못보던 기념품샵이 생겼다. 이런 티셔츠는 대체 누가 사나 했더니 추억에 젖은 동문이 사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낭만의 시절만 곱씹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상담 세션을 제공하던 학생생활상담소를 울면서 나오던 기억도 이야기했다. 최근에 우연히 잡사이트 동.. 202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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