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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og/생각하는 존재25

[Lifelog] If all else fail, myself have power to die. 생각이 쉬지를 못하니 잠을 못 잔다. 며칠동안 잠을 잘 못잤더니 하루종일 술 취한 기분이고 몽롱해서 뭔가 일을 칠 것만 같다.나는 그저 모른 척 낙관할 수 있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지, 또는 그렇게 길러진 사람이 아니지.포기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나중으로 미룰래라고 생각하면서 겨우 긴 하루를 끝내면 또 너무 긴 다음 하루가 시작된다.지상에 나를 겨우 매어 두는 가느다란 끈이 닳고 낡고 있다. 2025. 6. 26.
[문장을 심은 사람]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말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허준이 교수, 2022년 서울대학교 졸업식 축사 무용한 것들을.. 2025. 6. 20.
[Lifelog]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왜 쓸 수 있는 힘을 잃어버렸을까? - 내가 예전처럼 쓰는 나를 미워하고 밀어내서.왜 그런 너를 미워하게 됐을까? - 너무 많이 생각하고 시간을 들여 쓰는 일이 나를 약하게 하고 슬픔에 중독시켰다고 생각해서. 스스로를 지옥에 빠뜨린 것이 한심해서 미워하게 됐지.왜 그 시간이 너를 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을까? -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보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근심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무력감을 느꼈으니까. 그런 습관은 사람을 과거에 붙잡아두고 전염병 같은 자기연민을 번지게 하니까.그걸 알게 된 후에는 너를 덜 미워하게 됐을까? - 아직도 해치고싶을 만큼 미워하지. 오래 걸은 곳으로는 길이 나게 마련인데 그 마음의 경로로 가는 내 목을 치고 싶을 만큼 미워하지.네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2025. 4. 19.
[문장을 심은 사람]사람들은 숨결에 지나지 않으니(240121) 사람들은 숨결에 지나지 않고 높다는 것도 실은 거짓말, 모두 합쳐 저울에 올려놓아야 역시 숨결보다도 가볍다. 남을 억압하면서 잘되리라고 믿지 마라. 남의 것을 빼앗아 잘살려는 생각도 버려라. 재물이 쌓인다고 거기에 마음 쏟지 마라. 시편 62편 9-10절 -- 왜 내가 아직도 신을 믿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신을 믿지 않고도 더 가볍고 즐겁고 충만하게 사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아 보이는데. 신이 없다고 스스로 선고하는 순간 온통 침묵에 잠길 세계가 두려워서? 이 세상을 떠나간 사랑하던 이들이 아무것도 없는 무로 돌아갔다는 것을 믿고싶지 않아서? 매주 신을 경배하기 위해서 귀한 주말을 소비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이 사람들 각자의 이유도 궁금해질 때가 있다. 죽음 이후는 아.. 2024. 1. 28.
[문장을 심은 사람]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240116) 젊다못해 어렸을 때 스토너는 사랑이란 운 좋은 사람이나 찾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상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사랑이란 거짓 종교가 말하는 천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미있지만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부드럽고 친숙한 경멸로, 그리고 당황스러운 향수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사랑이란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존 윌리엄스, --- 사랑은 은총도 환상도 마법도 아닌 매 순간의 결단. 2024. 1. 21.
[문장을 심은 사람]영혼의 거룩한 움직임이 당신을 찾아올 때는(240110) [문장을 심은 사람] 좋은 말씀들을 많이 읽어도 어쩐지 딱 그 문장이 필요한 상황에는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서 어디론가 흩어지고 없다. 그래서 한 문장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차곡차곡 문장을 심기 시작하는 사람. 만년필로 사각사각 써보면서 심는 마음의 숲 구축 프로젝트. 우리를 겁주어 자기신뢰를 가로막는 또다른 공포 중에는 소위 일관성이라는 게 있다. 일관성은 우리의 과거 행위나 발언을 존중하는 태도다. 다른 사람이 우리의 행동 궤적을 찾아보려 하는데 과거행위라는 자료 밖에 없을 때 우리는 그런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당신은 왜 자꾸만 어깨 너머 뒤쪽을 돌아다보는가? 왜 기억이라는 시체를 무겁게 끌고 다니는가? 당신이 이런저런 공공장소에서 했던 말과.. 2024. 1. 10.
[문장을 심은 사람]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산다(240103) [문장을 심은 사람] 좋은 말씀들을 많이 읽어도 어쩐지 딱 그 문장이 필요한 상황에는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서 어디론가 흩어지고 없다. 그래서 한 문장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차곡차곡 문장을 심기 시작하는 사람. 만년필로 사각사각 써보면서 심는 마음의 숲 구축 프로젝트. 걱정되지? ......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한거야. 그 마음을 까먹으면 안 돼. 걱정하는 마음? 응.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산다. 내 마음엔 지금 그게 너무 많은데. 근데 그게 뒤죽박죽이야. 이모 걱정. 구 걱정. 내 걱정. 우리 모두의 미래 걱정. 온통 걱정 뿐이야. 그래서 세상이 완전 흉하게 보여. 최진영, ---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산다.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2024. 1. 3.
[문장을 심은 사람]사람이 상한다는 건 독하고 비루해진다는 거다(240102) [문장을 심은 사람] 좋은 말씀들을 많이 읽어도 어쩐지 딱 그 문장이 필요한 상황에는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서 어디론가 흩어지고 없다. 그래서 한 문장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차곡차곡 문장을 심기 시작하는 사람. 만년필로 사각사각 써보면서 심는 마음의 숲 구축 프로젝트. 무슨 일이든 애를써서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존경심과 안타까움.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존경심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지는 것이다. 그는 누구도 할 수 없을 만큼 제대로 해냈지만, 해낼 테지만, 그 후 존재에 남는 흔적은 어떻게 하나. 간절함을 품고 행한 뒤, 존재에 내리는 것.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까? 지나치게 애를 쓰는 일은 사람을 상하게 한다. 찰스 부코스키가 한.. 2024. 1. 2.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광화문 (2023.08.12.) 2023.08.12. 토요일 광화문 * 늦잠을 자고 일어나 광화문에 책을 사러 갔다. 종로-광화문-시청 일대는 내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지역이다. 고층 건물과 호텔들이 많아 도회적이면서도 오래된 낮은 건물과 인쇄사, 공업사 같은 작은 가게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선 거리가 있고, 고궁과 옛 관청이나 집터의 표지석이 남아 있는 것이 마치 몇 세기가 공존하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시청역 앞의 성공회 서울대성당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도심에 퍼질 때면 더 완벽해진다. 오늘도 여느 주말과 같이 집회가 있어 차량이 통제되었고, 버스가 서울역에서 멈추었다. 그 주변은 항상 온갖 집회가 열린다. 이 나라에서 뭔가를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호소하고 싶은 사람들은, 도움을 청하고 싶은 사람들은, 애.. 2023. 8. 13.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혼자만의 여름 (2023.08.07.) 2023.08.07. 월요일 혼자만의 여름 오늘 마지막 출근을 하고 퇴사했다. 절대적으로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근속이 짧은 업계 특성을 고려하고 과거에 다닌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그래도 상당한 기간을 근무한 회사였다. 짐 정리와 자리 정리는 지난주에 다 끝냈고, 남은 연차를 몰아서 소진한 다음에 오전에만 출근해 인수인계를 한 뒤 다 같이 마지막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이직한 회사에 출근하기까지 아직 기간이 조금 남아서 이번 여름은 백수로 보내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애인도 마침 이 기간에 며칠간 속세와 단절될 예정이고, (딱히 많지도 않은) 다른 친구들도 평일에 일을 할 테니 아마도 혼자만의 여름이 될 것이다. 여름은 다들 누군가와 어디론가 떠나고, 어딜 가도 복작복작하고 와글와글한 .. 2023. 8. 7.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Ashes to ashes, dust to dust. (2023.07.18.) 2023.07.18. 화요일. 비 오다 맑음 Ashes to ashes, dust to dust. 낮까지도 제법 비가 쏟아지더니 저녁이 되자 멀끔한 얼굴의 거짓말쟁이처럼 결백하게 하늘이 갰다. 생목숨이 여럿 스러지는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이 툭 내려앉는다. 사람 목숨 생각보다 질기다고 하는데 또 생각보다 너무 쉽고 허무하게 끊어진다. 모두가 이토록 연약한 육체를 가진 생명이구나. 늙고 병들고 다치는, 조금 전까지 숨을 쉬다가도 별안간 재처럼 바스러지고 깃털처럼 홀홀 날아가버릴 수 있는 육신을 가진 존재를 힘껏 사랑하기로 하는 것은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겠니? 그런데도 적당히 아프고 말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하는 데는 언제나 실패하고 기어이 고통의 범위를 확장하고 마는구나. 2023. 7. 22.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우리 동네 (2023.07.14.) 2023.07.14. 금요일. 비 우리 동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상경했고, 몇 번 거주지를 옮겼다. 집이라기보다는 '한 칸'에 가까웠던 공간들이다. 대학교 근처에서 계속 살다가 졸업과 동시에 시험준비를 시작하면서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왔다. 이미 몇십 년 전부터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살아온 동네였다. 이사 오기 전부터 그곳에는 사이렌을 울리지 않는 (즉, 자살 또는 고독사한 사람의 유해를 거두러 가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는) 조용한 앰뷸런스가 자주 다닌다는 진실과 괴담이 반씩 섞인 듯한 섬뜩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스름한 새벽에 세수만 대충 한 뒤 아무 옷이나 걸치고 학원이나 독서실로 갔고, 고시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단백질 쉐이크로 점심을 때웠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아무렇게나.. 2023. 7. 18.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존중은 두려움에서 (2023.07.13.) 2023.07.13. 목요일. 비 존중은 두려움에서 열두 살 어린이가 계모와 친부에게 학대당하던 끝에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시간 간격을 두고 촬영된 아이의 사진에는 점점 눈의 초점이 사라지고 있었다. 세상에는 지옥에 떨어져야 마땅한 다양한 종류의 나쁜 놈들이 있지만,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그중에서도 생전에 어린이와 동물을 학대했던 자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다고 믿는다. 조금이라도 반격할 힘이 있는 대상 대신 괴롭혀봤자 어쩔 도리 없는 존재들을 일부러 골라서 행하는 최악의 비겁한 패악질이기 때문이다. 블라인드에서 '자살'을 검색해 보면 너무 많은 직장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많은 수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고, 흔히 말하는 좋은 회사.. 2023. 7. 16.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나는 왜 쓰는가> (2023.07.12.) 2023.07.12. 수요일. 맑음 여러 필독도서 목록에 올라 있는 조지 오웰의 를 아직 안읽어봤다. 다만 최근에 그가 (전차 안에도 차 끓이는 설비를 설치한다는 영국인답게) 맛있게 차를 우리는 11가지 원칙에 대해서 쓴 짧은 글 'A nice cup of tea'를 읽고 비슷하게 따라해본 적은 있다. 요즘 출퇴근길에 읽기 시작한 조지 오웰 에세이집 에 푹 빠졌다. (점잖은듯 하면서 약간 빈정대는 영국식 블랙유머가 취향이라면) 웃긴 대목도 많다. 결코 고상하거나 현명하다고 할 수 없는 자신의 면모까지 적나라하게, 그림처럼 촘촘하게 묘사하고 있는 문장들을 읽으면서 나는 글을 쓰면서 어디까지 솔직할 자신이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2023. 7. 13.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이상형 (2023.07.11.) 2023.07.11. 화요일. 많은 비 이상형 사람이 어떤 다른 사람을 만나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되고 헤어지는 일은 인류가 수없이 반복해온 것일텐데도 그 얘기는 왜 긴긴 겨울밤 내내 까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차가운 귤처럼 쌔그러운 즐거움인지 모르겠다. 사랑은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됐으니 여차하면 빠져 죽고 말지 뭐. 하는 식으로 미끄러지는 것이지 그 사람의 여러가지 면모를 심사숙고해봤을 때 객관적으로 이만하면 사랑할만한 것 같으니 특정 시점부터 사랑하기로 결정하는 식으로 빠질 수는 없는 것이니 흥미진진할 수밖에. 이상형은 사상이 섹시한 사람입니다. 라고 옛날 어디선가 말해본 적이 있다. 그렇게 말한 건 기억이 나는데 대체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아마 당시에는 레미제라블의 혁명.. 2023. 7. 13.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방랑 (2023.07.10.) 2023.07.10. 월요일. 흐림 방랑 십여 년 전의 나는 먹고사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 어려운 세상 모든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면서도 앞으로 뭐 먹고살아야 할지 걱정을 하기 시작하던 철학과 2학년이었다. 그런 걱정을 할 줄 알고 해야 하면서 그러게 왜 철학과를 갔는가? 열여덟 살에 가족의 죽음을 겪었고, 앞으로는 웬만한 것에는 초연해져서 웬만한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로 살고 싶었고 철학을 공부하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당연히 헛된 희망이었다. 평생을 수행해도 도달할까 말까 하는 경지인데 고작 척척학사가 된다고 이게 될 리가 없다.) 그쯤에 몇개월간 인도에 가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본 것도 아니었고 처음으로 외국에 가본 것.. 2023. 7. 10.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고통의 상상력 (2023.07.07.) 2023.07.07. 금요일. 맑고 더움 고통의 상상력 이십대 초반일 때, 개인적인 시름에 더해 다른 사람들의 고난 때문에 자주 슬퍼지곤 했다. 최저임금을 받고 4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별안간 일자리를 잃고 자식을 잃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받고 있는 대우 때문에 힘들었다. 아무것도 바꿀 힘이 없는 주제를 알았지만 적어도 누군가 함께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동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아버지는 이름 없는 사회운동가였고 한때 정치범이었다. 그야말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기지 않았고, 남겨진 것은 연좌제와 자욱한 먼지 속의 생활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런 삶을 결코 닮지 않겠다고, 나는 내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생각했다. 책임지지 못할 이상은 경멸하기.. 2023. 7. 8.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drift apart (2023.07.06.) 2023.07.06. 목요일. 맑고 더움 drift apart 평일 저녁에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오래된 친구들과의 연락과 만남의 빈도조차 줄어가는 서른 즈음에 결이 맞는 이를 친구로 얻게 된 것은 몹시 감사한 일이다. 언젠가 비건식당과 찻집을 겸한 사무실을 차려 함께 덕업일치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헤어지는데 마음이 즐거워졌다. '서서히 멀어지다'라는 뜻의 'drift apart'는 시절인연을 참 직관적으로 형상화 해주는 표현 같다. 급류를 타고 가던 두 나무토막이 어디선가 만났다가 또 자연스레 떠내려가며 멀어져버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싸운 것도 아니고 미워진 것도 아니고, 언제부터 왜 멀어졌는지조차 기억하기 어려운 사람들처럼. 결국은 다른 곳으로 떠내려가게 되었어도 그 때 그 시절에 만났어야.. 2023. 7. 7.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You are what you eat (2023.07.05.) 2023.07.05. 수요일. 맑고 서늘함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먹는 것이 물리적으로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이 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취향은 사람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제법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나요?", "주로 어떤 음식을 즐겨 드시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서 우리는 누군가가 어려서 무엇을 먹고 자랐는지, 어느 국가(지방) 출신인지, 어떤 종교를 믿거나 어떤 사상을 지지하는지, 어느 세대 사람인지, 낯선 문화를 얼마나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인지, 지금의 건강 상태가 어떻고 외모나 건강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까지 어느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나는 어려서 짜장면을 주문하면 꼭 .. 2023. 7. 5.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사라진 태풍의 이름 (2023.07.04.) 2023.07.04. 화요일. 많은 비 사라진 태풍의 이름 그동안 공기중에 잔뜩 머금고 있던 습기를 온통 다 토해내는듯 퇴근길에 우산을 써도 채 막지 못할만큼 많은 비가 왔다. 2004년 8월 16일 오후에 발생, 8월 19일 부산 일대에 상륙해 한반도를 휩쓸고 간 태풍의 이름은 메기였다. 거의 이십 년이 지났지만 그 거대한 물고기가 한바탕 용틀임을 하던 날 밤의 풍경은 아직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은 아마도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가장 죽음에 가까워졌던 순간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 살던 시골 우리집 근처에는 봄이면 하얀 찔레꽃 피던 조그만 산이 있었다. 메기가 우리집 근처에 오던 날 저녁에는 심상치 않게 비가 많이 왔다. 이웃에 있는 친척집으로 피신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천둥소리인지 뭔가 폭발하는지 모를.. 2023. 7. 5.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도움 되는 기분 (2023.07.03.) meet me 리추얼을 시작했다.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 님의 을 읽다가 밑미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한 번 들어가봤다가 마음이 홀려 리추얼메이커 김해서 님의 '하루 한 쪽 외면일기' 리추얼을 신청했다. 함께하는 메이트들의 글도 볼 수 있고, 3주간 매일 인증글을 올리는건데 쉬고싶은 날은 부담없이 쉬어도 된다. 글을 꾸준히 쓰겠다고 다짐해봐도 글감이 없으면 진득하게 글을 쓰기 어렵다. 글감이 없는 이유는 외부세계에 별 감흥을 못느끼기 때문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이나 먹었던 음식을 그저 기록하는 신변잡기적인 글을 쓰거나, 내면으로 침잠해서 자기연민이나 한탄이나 하소연하는 글을 쓰거나, 고작 그런 글밖에 못 쓰는 자신이 한심해서 아예 글을 안쓰게 된다. 그런데 외면일기(사람, 사.. 2023. 7. 3.
[Lifelog]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평균과 보편을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마음은 날카롭고 조급해진다. 내가 서툴고 무력하고 뒤처졌다는 감각을 견디기 어려워한다는 것을 안다. 본업은 본업이니까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잘하지 않으면 곧바로 남의 인생이 피곤해지는 게 표가 나는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욕심은 직업윤리의 측면에서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생을 좀 더 다채롭고 즐겁게 살아보려고 배우는 취미활동에서조차 나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느리거나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니까 그게 무엇이었든, 먹고사는 문제나 나의 사회적 평판과 관련이 있든 없든, 서른 즈음의 나는 내가 무엇인가에서 평균 이하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반사적으로 자괴감 내지 위기감을 느끼는 참으로 인생 피곤하게 사는 인간이.. 2022. 12. 1.
[Lifelog] 비로소 하고싶은 일이 많아졌다 요즘은 앞으로 하고 싶은 공부와 하고 싶은 일들, 살고 싶은 삶의 모습에 대해서 부쩍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사는 일에 별 감흥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에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는 것을 문득 깨달은 순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적극적이고 격렬하게 불행했다기보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기대가 크게 줄어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건조했다. 남은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진부한 시나리오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너무 지루하고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겪어야 할 우여곡절들을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그렇게까지 애써서 얻고 싶은 이야기가 없었다. 기왕 태어나버려서 이런저런 열망 때문에 다들 고생이 많다 싶어서 .. 2022. 9. 10.
[Lifelog] 수제버거, 서빙로봇, 노동의 미래 며칠 전에 수제버거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별 기대 안하고 갔는데 의외로 맛집이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로봇이 서빙하는 걸 처음 봐서 기억에 남았다. 업무상 사고도 당하지 않고, 4대보험을 가입해줄 필요도 없고, 최저임금과 시간외근로수당의 적용도 받지 않는 서빙로봇이 유유히 다가와서 접시를 내밀었다. 접시를 내려놓고 버튼을 누르자 로봇은 다시 매끄럽게 주방으로 돌아갔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아직은 손님들이 낯설어 할까봐 그런지 직원 분이 같이 와서 도와주셨지만, 머지않아 키오스크처럼 사람들이 서빙로봇도 자연스럽게 대하게 될 것이다. 기술의 변화가 가져올 노동과 HR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근태관리와 급여관리를 하는 프로그램들은 이미 많지만 점점 더 고도화 되고 있다.. 2022. 5. 31.
[Lifelog] 굿피플 신입사원 탄생기 정주행 후기 본론은 굿피플 후기지만 맛집 블로거의 본분은 잊지않는다. 요즘 금요일 저녁에는 주로 동생 집으로 퇴근해서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 어버이날 주간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엄마가 채식을 하셔서 고기도 못먹고, 회를 사갈까 하니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싫단다(,,,) 그래서 동생 집 근처에 있는 초밥집에서 초밥을 포장해서 퇴근했다. 가격대비 너무 훌륭한 맛이라서 놀랐다. 생선도 신선하고, 감칠맛나게 적당히 숙성돼서 깊은맛이 난다. 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또 가서 아보카도연어 지라시초밥도 시켜먹음 회사에서 선물받은 귀여운 테라 소맥잔 소맥은 잘 안먹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귀 여 움 요즘은 체인점도 많아진 프레퍼스 다이어트키친. 건강한 패스트푸드를 표방한다. 치킨샐러드파스타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통후추.. 202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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