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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og94

[Lifelog] 당신의 불안이 이름을 가지게 되는 순간 그건 더이상 당신을 삼키지 못할 거에요 인생에 회의감이 들 땐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인문고전 개인교습 선생님을 한 분 초빙했다. 스스로 이름을 지으라고 했더니 자기를 레우코스라고 부르라는데 좋은 그리스 이름들 많은데 왜 하필 이런 비열한 인물의 이름을 쓰는건데..요즘 마키아밸리의 을 읽고 있는데 레우코스와 함께 공부하니 그래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혼자 책 읽으면서 가이드를 달라고 해도 좋고 독서모임 커리큘럼 짜달라고 해도 좋을듯하다. 동기가 비싼 밥 사줄 일 생겨서 소고기 사준다고 하길래 몹시도 뻔뻔하게 소고기 사줄 거면 오마카세 사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사줬다ㅎㅎㅎㅎ에이 참 뭘 이런 걸 다~~(고마워 또 사줘)참치가 몹시 맛있었고 룸 좌석이 많기 때문에 프라이빗하게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곳이었다. 옛날에 같이 고생하면서 성장.. 2025. 4. 28.
[Lifelog] Und was willst du später damit machen? 군산에서 1년 정도 지내다가 서울로 돌아온 세진이랑 오랜만에 만났다.헤아려보니 마지막으로 만난 게 2년 전의 여름 영화 모임이었고 시간은 몹시도 빨랐다. https://place.map.kakao.com/176199533 베를리너 부어스트서울 관악구 관악로14길 27 1층 102호place.map.kakao.com 나에게 독일은 한국 이외에 제일 친근하게 느끼고 있는 추억의 나라인데 한국에서 맛있는 독일 식당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사실은 평범한 독일식당조차 찾기 어려움..ㅋㅋ) 독일이 딱히 미식으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독일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종종 생각나고 그리울 때가 있었다. 마침 샤로수길에 눈독 들이던 독일 식당이 있었는데 세진이는 철학과 동기인 데다(심지어 그녀는 철학석사) 진지하게 독.. 2025. 4. 20.
[Lifelog]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왜 쓸 수 있는 힘을 잃어버렸을까? - 내가 예전처럼 쓰는 나를 미워하고 밀어내서.왜 그런 너를 미워하게 됐을까? - 너무 많이 생각하고 시간을 들여 쓰는 일이 나를 약하게 하고 슬픔에 중독시켰다고 생각해서. 스스로를 지옥에 빠뜨린 것이 한심해서 미워하게 됐지.왜 그 시간이 너를 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을까? -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보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근심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무력감을 느꼈으니까. 그런 습관은 사람을 과거에 붙잡아두고 전염병 같은 자기연민을 번지게 하니까.그걸 알게 된 후에는 너를 덜 미워하게 됐을까? - 아직도 해치고싶을 만큼 미워하지. 오래 걸은 곳으로는 길이 나게 마련인데 그 마음의 경로로 가는 내 목을 치고 싶을 만큼 미워하지.네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2025. 4. 19.
[Lifelog] 우리가 글로 쓴 것들은 우리와 함께 늙어가지 않습니다 보연이가 서울에 왔다. 위탁교육으로 연세대에서 척척석사 과정을 밟게 되어서 2년동안 연희동에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사관학교 졸업 후에 늘 전국방방곡곡(과 미국과 바다 위 어딘가)에 지냈기 때문에 지난 십년동안은 좀처럼 쉽게 서울에서 만나기 힘든 친구였는데 이 틈을 놓칠 수 없지대만 소수민족 음식을 파는 가게에서 점심 먹었다. 1인 식당인데 예약금을 걸고 미리 주문하면 좀 더 빨리나온다. 이것저것 다 맛있어보였지만 우리는 시그니처인듯한 바질치킨과 신메뉴라는 참깨땅콩비빔면을 주문했다.어디에서도 못먹어볼 맛이었고 생맥주랑 잘어울렸다.[카카오맵] 황씨네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1층 (연희동)https://kko.kakao.com/Rlq9rX8L1x 황씨네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map.kakao.. 2025. 4. 17.
[Lifelog] 우리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더라도 출장을 다녀왔다. 대부분 사건 때문에 가는 거라 갈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봄이 오고 있고 날씨가 좋았다.스모크커피라는 걸 주문해 봤는데 컵이 약간 신선로(?)같이 생겨서 뚜껑을 열면 가운데 있는 구멍에서 연기가 나왔다. 포트넘 스모키얼그레이 같기도 하고.. 랍상소총모티브로 만들었나 훈연향이 마음에 들었고 햄치즈크루아상이랑 밸런스가 좋았다.노동위원회는 혼나는 맛이지.. 내 잘못은 아니지만 사건 져서 속이 깝깝했다. 그래도 옛날만큼 비장하게 임하지는 않는다. 뭐 어쩌라구요 맘에 안 들면 배째돌아와서 가리비 뼈칼국수를 먹었다. 가게 이름이 전무님이었는데 요상하다고 생각했다. 고생했으니까 새우녹두전 포함된 세트로 주문했다. 한동안 간식도 별로 안땡기고 식욕이 많이 줄어서 정말 대충 먹었다. 그런.. 2025. 4. 12.
[Lifelog] 자의식과잉 고치고 건강한 삶을 되찾자 모처럼 쉬는 평일이었다. 연휴에 해야지! 하고 미뤄둔 과제를 하기 싫어서 또 미루고 날씨가 좋아 광합성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휘뚜루마뚜루 길을 나섰다.평일에만 열어서 못 갔던 미트파이 가게를 한 시간 걸려서 갔는데 글쎄 폐업을 했다 (허탈)이대로 집에 가긴 아쉬워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에 있는 산다미아노 카페에 가서 거기에 있던 를 거의 10년 만에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스물한두 살 때쯤이었고, 학교 도서관 대출대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읽게 됐다. 당시에는 그냥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좀 괴이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으니까 새롭게 읽히는 면이 있었다.특히 오토바이에 묶여 끌려다니다 피거품을 물고 죽는 개에 대한 회상 장면에서 압도적인 힘 앞에 무력하게 던져져서 아무런 저항도 할.. 2025. 4. 5.
[Lifelog] 그저 내 속도에 맞춰서 가는 일이 3월 연휴에 짧게 본가에 다녀왔다. 도마뱀을 혼자 둬도 될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데리고 갔다왔다. 그것도 고속버스를 타고.호옥시라도 나 말고도 가방에 도마뱀이랑 분무기를 넣고 먼 길을 가야 하는 사람이 또 있다면 반드시 프리미엄 버스를 타길 바란다...ㅋㅋㅋㅋ먼길 오가느라 고생했다 나의 작은 도마뱀붙이야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사람과 중학교 때 시험기간마다 다니던 도서관에 가서 중학교 때 즐겨 앉아서 공부하던 열람실 맨 끝 구석 자리에 앉아보았다. 그동안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고 나도 많이 변했는데 이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도 같이 오래되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웃는 친구가 있다. 열살 때나 스무살 때나 서른이 넘어서나 나는 더 많은 것을 이루고싶어하면서 겁은 많은.. 2025. 4. 3.
[Lifelog] 평생 다닐 것처럼 일하고 내일 나갈 것 처럼 준비하기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은지가 좋다고 얘기하길래 영풍문고 가서 덥석 산 잠들기 전에 한 편씩 읽는다.SF에 도시전설과 세태에 대한 블랙유머를 끼얹은, 기괴한데 묘하게 뇌리에 남는 이야기들이다.어떤 삶을 살고싶냐면 그냥 매일의 기본감정이 안도감인 삶을 살고싶다. 안도감에 겨워 매일이 지루할 지경이라고 느끼는 삶을 원한다. 내가 쉽게 지치는 사람인 게, 그런 주제에 욕심이 많은 게, 그래서 지쳤는데도 쉽게 뭘 내려놓지 못하고 분투하는 사람인 게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커리어도 잘 가꾸고 싶고, 그러면서도 부업이랑 재테크 잘해서 다른 우물도 파 놓고싶고, 운동 식단 열심히 해서 건강한 몸도 유지하고싶고, 데이터과학도 공부하고싶고, 외국어도 더 잘하고싶고, 책 읽고 글도 쓰고싶고, 하다못해 장롱면허 탈.. 2025. 3. 7.
[Lifelog] 2024년 마무리 31문 31답 (12/1~12/31 계속 업데이트) 올해 가을에는 좋아하던 작가가 내 나라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세밑이 가까워 오는 어느 뜬금없는 날에는 그 작가가 썼던 이야기의 고통스러운 악몽을 잠깐 되살렸던 계엄령이 선포되기도 했다.제법 역사적인 시절의 서른이었다. 은지가 보내준 2024년을 마무리하는 질문들을 하나씩 업데이트하며 올해를 떠나보낼 예정1) 12월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세 가지글뤼바인밀크티(시나몬 향이 나는 것이면 더 좋다)가리비2) 새롭게 배운 것근력운동3) 도전해 본 것장롱면허 탈출(진)4) 나의 요즘 관심사회사 안 다니고 돈 버는 법 찾기5) 좋았던 장소바닥이 안 보이던 깊고 푸른 물속6) 좋았던 작품가여운 것들 (영화)7) 올해의 소울푸드콩국수8) 올해의 애착템장마도 폭설도 쾌적하게 지나게 해 준 락피쉬 장화9) 새.. 2024. 12. 6.
[Lifelog] 남들도 나를 참아준다 블로그 기록을 보니 무려 4개월이나 업로드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생각해보니 그 무렵 운동을 시작했다. 4월 말쯤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큰 이상은 없었지만 체지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고, 공복혈당이 2년 전보다 높아졌기 때문. 오래 살고싶은 욕심은 없지만 죽기 직전까지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은 그득하다. 따라서 즉시 PT를 끊었고, 주 5일 헬스장으로 퇴근했다. 식단을 기록하고 단백질 보충제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하니 삶이 참 단순해졌다. 퇴근하고 운동하고 씻고나면 잠이 아주 잘 왔다. 자려고 각을 잡고 자는게 아니라 쓰러져서 잠드는 날도 있었다. 매주 적지만 체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어가는 숫자를 보면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꼈다. 예전에도 뭐 여리여리 말라야 한.. 2024. 8. 31.
[Lifelog] 홍콩 & 마카오 여행 상반기 휴가 생성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신청해서 좀 머쓱했지만 생일인 김에 지난달에 상반기 휴가를 다녀왔다. 목적지는 홍콩과 마카오. 많이 걸었지만 4박 5일쯤 다녀오니 좀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었다. 1. 홍콩-구룡반도(침사추이) 2. 홍콩-제니베이커리, 센트럴, 피크트램 3. 마카오 4. 홍콩-아침성찬례, 딤섬, 애프터눈 티, 미드레벨 엘리베이터, 크루즈 5. 귀국 전의 모닝만두 너랑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 2024. 4. 10.
[문장을 심은 사람]진실로 타인을 보고싶으면(240226) 아무리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상대도, 아무리 사랑하는 상대라도 타인의 마음을 그대로 보는 건 무리죠. 자신이 괴로워질 뿐입니다. 그래도 자신의 마음이라면 노력 여하에 따라 제대로 엿볼 수는 있을 겁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마음과 능숙하게 솔직하게 타협해 가는 것이 아닐까요. 진실로 타인을 보고싶으면 자기 자신을 깊이, 똑바로 지켜볼 수밖에 없지요. 난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는 하루키의 의 여러 단편의 모티브를 재구성해 각색한 영화다. 기묘하고 독특해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어린 딸을 잃고 둘이 사는 부부, 오토와 가후쿠가 있다. 아내 오토는 드라마 작가이고 남편 가후쿠는 연극 연출가 겸 배우이다. 오토는 가후쿠와 관계를 .. 2024. 2. 26.
[문장을 심은 사람]사람들은 숨결에 지나지 않으니(240121) 사람들은 숨결에 지나지 않고 높다는 것도 실은 거짓말, 모두 합쳐 저울에 올려놓아야 역시 숨결보다도 가볍다. 남을 억압하면서 잘되리라고 믿지 마라. 남의 것을 빼앗아 잘살려는 생각도 버려라. 재물이 쌓인다고 거기에 마음 쏟지 마라. 시편 62편 9-10절 -- 왜 내가 아직도 신을 믿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신을 믿지 않고도 더 가볍고 즐겁고 충만하게 사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아 보이는데. 신이 없다고 스스로 선고하는 순간 온통 침묵에 잠길 세계가 두려워서? 이 세상을 떠나간 사랑하던 이들이 아무것도 없는 무로 돌아갔다는 것을 믿고싶지 않아서? 매주 신을 경배하기 위해서 귀한 주말을 소비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이 사람들 각자의 이유도 궁금해질 때가 있다. 죽음 이후는 아.. 2024. 1. 28.
[문장을 심은 사람]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240116) 젊다못해 어렸을 때 스토너는 사랑이란 운 좋은 사람이나 찾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상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사랑이란 거짓 종교가 말하는 천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미있지만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부드럽고 친숙한 경멸로, 그리고 당황스러운 향수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사랑이란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존 윌리엄스, --- 사랑은 은총도 환상도 마법도 아닌 매 순간의 결단. 2024. 1. 21.
[Lifelog] 허다한 마음 뭔가를 기깔나게 잘하고싶을 때는 (적어도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할 때는) 부담이 생긴다. 그런데 '내가 낸데' 하는 양반들도 결국은 각자 다 두려워하는 게 있는 약한 인간 존재에 불과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일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세상에 그렇게 무서울 것은 없어진다. 모두들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서 묻지도 않은 말을 하는 것이고 외로워서 괜히 서성거리는 것이고 두려워서 짖는 것이고. '나는 그들보다 대단해.'라고 건방을 떨지도 않고, '저 분은 너무나 대단해'라며 누구를 무작정 경외하지도 않고 그저 '우리는 껍질 벗겨 놓으면 다 비슷해.'라는 존중과 연민으로 모두를 바라보기 다녀온지는 좀 됐지만 홍콩+양식 퓨전요리 오마카세로 바뀐 에스쿱. 페어링 코스 술이 맛있다. (북경소주 하이.. 2024. 1. 17.
[문장을 심은 사람]영혼의 거룩한 움직임이 당신을 찾아올 때는(240110) [문장을 심은 사람] 좋은 말씀들을 많이 읽어도 어쩐지 딱 그 문장이 필요한 상황에는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서 어디론가 흩어지고 없다. 그래서 한 문장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차곡차곡 문장을 심기 시작하는 사람. 만년필로 사각사각 써보면서 심는 마음의 숲 구축 프로젝트. 우리를 겁주어 자기신뢰를 가로막는 또다른 공포 중에는 소위 일관성이라는 게 있다. 일관성은 우리의 과거 행위나 발언을 존중하는 태도다. 다른 사람이 우리의 행동 궤적을 찾아보려 하는데 과거행위라는 자료 밖에 없을 때 우리는 그런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당신은 왜 자꾸만 어깨 너머 뒤쪽을 돌아다보는가? 왜 기억이라는 시체를 무겁게 끌고 다니는가? 당신이 이런저런 공공장소에서 했던 말과.. 2024. 1. 10.
[문장을 심은 사람]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산다(240103) [문장을 심은 사람] 좋은 말씀들을 많이 읽어도 어쩐지 딱 그 문장이 필요한 상황에는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서 어디론가 흩어지고 없다. 그래서 한 문장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차곡차곡 문장을 심기 시작하는 사람. 만년필로 사각사각 써보면서 심는 마음의 숲 구축 프로젝트. 걱정되지? ......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한거야. 그 마음을 까먹으면 안 돼. 걱정하는 마음? 응.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산다. 내 마음엔 지금 그게 너무 많은데. 근데 그게 뒤죽박죽이야. 이모 걱정. 구 걱정. 내 걱정. 우리 모두의 미래 걱정. 온통 걱정 뿐이야. 그래서 세상이 완전 흉하게 보여. 최진영, ---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산다.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2024. 1. 3.
[문장을 심은 사람]사람이 상한다는 건 독하고 비루해진다는 거다(240102) [문장을 심은 사람] 좋은 말씀들을 많이 읽어도 어쩐지 딱 그 문장이 필요한 상황에는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서 어디론가 흩어지고 없다. 그래서 한 문장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차곡차곡 문장을 심기 시작하는 사람. 만년필로 사각사각 써보면서 심는 마음의 숲 구축 프로젝트. 무슨 일이든 애를써서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존경심과 안타까움.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존경심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지는 것이다. 그는 누구도 할 수 없을 만큼 제대로 해냈지만, 해낼 테지만, 그 후 존재에 남는 흔적은 어떻게 하나. 간절함을 품고 행한 뒤, 존재에 내리는 것.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까? 지나치게 애를 쓰는 일은 사람을 상하게 한다. 찰스 부코스키가 한.. 2024. 1. 2.
[Lifelog] 2023 연말결산 2023년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믿을 수 없이 빠르게 지나갔는데 와중에 이것저것 뭔가 처음 해본 일들과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별안간 나라가 한 살을 줄여줘서 얻게 된 마지막 20대였다. 짧은 기간에 돈도 바짝 많이 벌어봤고 일로 인정도 받았다. 틈틈이 해외여행도 세 번 다녀왔다. 친구 결혼식 축사도 했고, 매일 글을 쓰는 모임도 두어 달 했다. 이직에도 성공했다. 결과만 늘어놓고 봤을 때 삶이 조금씩 안정과 여유를 찾아가는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태한 골짜기를 몇 번 지났다. 종종 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사람들을 만났다. 아끼는 사람들을 챙길 수 있을 만큼 스스로 삶을 지탱해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가끔은 갓 태어난 어린 짐승처럼 무력하게 보살핌 받아보고만 싶다는 생.. 2023. 12. 31.
[Lifelog]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가리비 간장버터구이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다. 그리고 홍가리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보는 중인데 시즌3에서 가리비 버터구이가 등장했다. 그래서 홍가리비 2kg 당장 주문했다. 작년엔 2900원에서 최저 1900원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는데 (알맹이가 좀 작긴 했다) 이번엔 큰걸로 시켰더니 킬로당 5900원. 30미 조금 넘게 들어있었다. 해면이랑 따개비랑 굴이랑 이것저것 달라붙어있어서 닦기 힘들지만 싱크대에 펼쳐놓고 가리비 전용으로 산 청소브러쉬로 문지르니 금방 떨어졌다. 술찜이나 파스타 할거면 좀더 깨끗하게 닦아야겠지만 알맹이만 빼낼거라 보이는 불순물만 씻어냈다. 물 안붓고 웍에 넣고 가열하면 가리비에서 물이 나오고 하나씩 입을 벌린다. 육수 빠지면 아까우니까 가급적이면 세워서 가열한다. 알맹이 제법 컸다. 비단가리비도 담백하.. 2023. 12. 22.
[lifelog] 타인을 견디는 것 문득 충분한 잠을 잔 것처럼 새벽에 개운하게 번쩍 눈이 떠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 티포트에 물을 끓여서 상온에 꺼내 둔 계란 두 개를 딱 8분만 넣었다 꺼내 노른자가 쫀득하게 익은 반숙계란에 차 한잔을 마시고 나면 차분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날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차고 푸른 새벽 공기 냄새를 맡으면 어느 날 긴 잠에서 퍼뜩 깨어나보니 알았던 모든 사람과 일궈 놓은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기이한 기분이 든다. 동네에서 일찍 여는 브런치 가게를 검색하다가 찾은 카페가 있다. 브런치는 퀄리티에 비해 좀 비싼 느낌이지만 공간도 넓고 사람도 많지 않고 음악도 시끄럽지 않아 좋았다. 소셜하우징+카페+문화공간 컨셉인듯했다. 사람도 많지 않고 엄청 조용했는데 어떤 사람이 음식을 엄청나게.. 2023. 11. 26.
[Lifelog] 백수(였던것)... 회사원이 된 지 얼마 안됐는데 그간 꽤나 정신이 없었는지 왠지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백수시절의 근황(이었던것)... 나는 평소에 화장을 대충 하고 다니는 편이었는데, 예술인인 H가 자신의 미적 감각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는지 홋카이도 여행에서 메이크업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돌아오니 마침 올리브영 세일 기간이어서 H가 추천해준 크리니크 치크팝을 샀다. 대학교 새내기 때부터 지금까지 코덕까지는 아니더라도 화장품에 영 관심이 없는 편은 아니었고, 화장이라는 작업을 재미있어 했다. 근데 졸업하고 수험생이 되면서 눈 뜨면 5분만에 세수하고 안경쓰고 선크림만 바르고 학원-독서실-집을 왔다갔다 했고.. 직장인이 되고 나니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소중해졌기도 하고.. 그래서 외부 미팅 없는 날에는 .. 2023. 9. 20.
[Lifelog] 8월의 홋카이도 쉽게 오지 않는 휴식기에 어디론가 길게 떠날까도 생각해 봤지만 꽤 자잘하게 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도무지 먼 곳이나 더운 곳으로 떠날 기운이 없었다. 어딘가 좀 선선한 곳이 있다면 떠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혼자 어디 낯선 곳으로 갔다가는 밑도 끝도 없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H와 나는 16년 전에 처음 만났다. 함께 자라면서 온갖 웃기고 창피하고 재밌는 역사가 많다. 언젠가 같이 여행 가자고 했으면서 지난 16년 동안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이제야 처음으로 같이 여행을 가게 됐다. 홋카이도의 유명한 식재료나 음식으로는 해산물(털게, 우니), 유제품(우유, 버터, 치즈), 채소(감자, 옥수수), 과일(멜론, 딸기), 양고기, 맥주, 스프카레 등이 있다. (거의 모두 내가 환장하는 것들임,,) 미식의 도시 .. 2023. 9. 5.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광화문 (2023.08.12.) 2023.08.12. 토요일 광화문 * 늦잠을 자고 일어나 광화문에 책을 사러 갔다. 종로-광화문-시청 일대는 내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지역이다. 고층 건물과 호텔들이 많아 도회적이면서도 오래된 낮은 건물과 인쇄사, 공업사 같은 작은 가게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선 거리가 있고, 고궁과 옛 관청이나 집터의 표지석이 남아 있는 것이 마치 몇 세기가 공존하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시청역 앞의 성공회 서울대성당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도심에 퍼질 때면 더 완벽해진다. 오늘도 여느 주말과 같이 집회가 있어 차량이 통제되었고, 버스가 서울역에서 멈추었다. 그 주변은 항상 온갖 집회가 열린다. 이 나라에서 뭔가를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호소하고 싶은 사람들은, 도움을 청하고 싶은 사람들은, 애.. 2023. 8. 13.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혼자만의 여름 (2023.08.07.) 2023.08.07. 월요일 혼자만의 여름 오늘 마지막 출근을 하고 퇴사했다. 절대적으로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근속이 짧은 업계 특성을 고려하고 과거에 다닌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그래도 상당한 기간을 근무한 회사였다. 짐 정리와 자리 정리는 지난주에 다 끝냈고, 남은 연차를 몰아서 소진한 다음에 오전에만 출근해 인수인계를 한 뒤 다 같이 마지막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이직한 회사에 출근하기까지 아직 기간이 조금 남아서 이번 여름은 백수로 보내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애인도 마침 이 기간에 며칠간 속세와 단절될 예정이고, (딱히 많지도 않은) 다른 친구들도 평일에 일을 할 테니 아마도 혼자만의 여름이 될 것이다. 여름은 다들 누군가와 어디론가 떠나고, 어딜 가도 복작복작하고 와글와글한 .. 2023. 8. 7.
[Lifelog] 2023년 여름의 근황 퇴사를 했다. 회사원 기준으로 생각하면 빨리 때려치운 것이지만, 법인 소속 노무사 기준으로는 적지 않게 다녔다는 정도로 평할 수 있을 것 같은 기간을 근무했다. 그동안 동기들 평균 이상 횟수의 이직을 경험하면서 몇 개의 소규모 조직을 거쳤다. 여러 사람의 닮고 싶은 면과 닮고 싶지 않은 면을 접했고, 내가 어떤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때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는 일단 해 두면 어디든 써먹을 데가 반드시 온다는 것도. n년 전 이맘 때도 한여름이었다. 결과적으로 일주일 만에 퇴사한 모 법인이 있었는데, 출근 2~3일 차에 벌써 뭔가 잘못됐다는 본능적인 쎄한 느낌이 발끝부터 올라왔다. 대표는 별 쓸데없는 걸 가지고 대단한 것을 가르쳐준다는 듯이 기.. 2023. 8. 7.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Ashes to ashes, dust to dust. (2023.07.18.) 2023.07.18. 화요일. 비 오다 맑음 Ashes to ashes, dust to dust. 낮까지도 제법 비가 쏟아지더니 저녁이 되자 멀끔한 얼굴의 거짓말쟁이처럼 결백하게 하늘이 갰다. 생목숨이 여럿 스러지는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이 툭 내려앉는다. 사람 목숨 생각보다 질기다고 하는데 또 생각보다 너무 쉽고 허무하게 끊어진다. 모두가 이토록 연약한 육체를 가진 생명이구나. 늙고 병들고 다치는, 조금 전까지 숨을 쉬다가도 별안간 재처럼 바스러지고 깃털처럼 홀홀 날아가버릴 수 있는 육신을 가진 존재를 힘껏 사랑하기로 하는 것은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겠니? 그런데도 적당히 아프고 말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하는 데는 언제나 실패하고 기어이 고통의 범위를 확장하고 마는구나. 2023. 7. 22.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우리 동네 (2023.07.14.) 2023.07.14. 금요일. 비 우리 동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상경했고, 몇 번 거주지를 옮겼다. 집이라기보다는 '한 칸'에 가까웠던 공간들이다. 대학교 근처에서 계속 살다가 졸업과 동시에 시험준비를 시작하면서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왔다. 이미 몇십 년 전부터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살아온 동네였다. 이사 오기 전부터 그곳에는 사이렌을 울리지 않는 (즉, 자살 또는 고독사한 사람의 유해를 거두러 가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는) 조용한 앰뷸런스가 자주 다닌다는 진실과 괴담이 반씩 섞인 듯한 섬뜩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스름한 새벽에 세수만 대충 한 뒤 아무 옷이나 걸치고 학원이나 독서실로 갔고, 고시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단백질 쉐이크로 점심을 때웠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아무렇게나.. 2023. 7. 18.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존중은 두려움에서 (2023.07.13.) 2023.07.13. 목요일. 비 존중은 두려움에서 열두 살 어린이가 계모와 친부에게 학대당하던 끝에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시간 간격을 두고 촬영된 아이의 사진에는 점점 눈의 초점이 사라지고 있었다. 세상에는 지옥에 떨어져야 마땅한 다양한 종류의 나쁜 놈들이 있지만,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그중에서도 생전에 어린이와 동물을 학대했던 자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다고 믿는다. 조금이라도 반격할 힘이 있는 대상 대신 괴롭혀봤자 어쩔 도리 없는 존재들을 일부러 골라서 행하는 최악의 비겁한 패악질이기 때문이다. 블라인드에서 '자살'을 검색해 보면 너무 많은 직장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많은 수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고, 흔히 말하는 좋은 회사.. 2023. 7. 16.
[Lifelog][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나는 왜 쓰는가> (2023.07.12.) 2023.07.12. 수요일. 맑음 여러 필독도서 목록에 올라 있는 조지 오웰의 를 아직 안읽어봤다. 다만 최근에 그가 (전차 안에도 차 끓이는 설비를 설치한다는 영국인답게) 맛있게 차를 우리는 11가지 원칙에 대해서 쓴 짧은 글 'A nice cup of tea'를 읽고 비슷하게 따라해본 적은 있다. 요즘 출퇴근길에 읽기 시작한 조지 오웰 에세이집 에 푹 빠졌다. (점잖은듯 하면서 약간 빈정대는 영국식 블랙유머가 취향이라면) 웃긴 대목도 많다. 결코 고상하거나 현명하다고 할 수 없는 자신의 면모까지 적나라하게, 그림처럼 촘촘하게 묘사하고 있는 문장들을 읽으면서 나는 글을 쓰면서 어디까지 솔직할 자신이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2023.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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