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1년 정도 지내다가 서울로 돌아온 세진이랑 오랜만에 만났다.
헤아려보니 마지막으로 만난 게 2년 전의 여름 영화 모임이었고 시간은 몹시도 빨랐다.
https://place.map.kakao.com/176199533
베를리너 부어스트
서울 관악구 관악로14길 27 1층 102호
place.map.kakao.com
나에게 독일은 한국 이외에 제일 친근하게 느끼고 있는 추억의 나라인데 한국에서 맛있는 독일 식당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사실은 평범한 독일식당조차 찾기 어려움..ㅋㅋ) 독일이 딱히 미식으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독일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종종 생각나고 그리울 때가 있었다.
마침 샤로수길에 눈독 들이던 독일 식당이 있었는데 세진이는 철학과 동기인 데다(심지어 그녀는 철학석사) 진지하게 독일어를 공부했었기 때문에 여기 같이 가자고 하기에 딱 알맞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베를리너 부어스트에서는 쾰른맥주 가펠쾰쉬 생맥을 마실 수 있다. 가펠쾰쉬를 보니 주말에 쾰른 여행을 하려고 기차를 예매했는데 늦잠 자다 놓쳐서 가난한 유학생에겐 상당히 거금이었던 약 80유로를 눈물 흘리며 내고 다시 예매해서 헐레벌떡 달려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땐 유난히 멍청비용 참 많이 냈다..

시그니처 하우스부어스트 베를리너★★★★★
육즙과 씹는 맛이 기가 막혔다. 같이 나온 브뢰첸과 자우어크라우트 같이 먹으면 맥주가 막 넘어가잖아요?
첫 메뉴가 너무 맛있어서 그렇게 추가주문을 이것저것 하게 되는데


옛날 생각나서 보관서고(a.k.a. 네이버 Mybox 구)클라우드)의 흙먼지 속에서 독일에서 먹었던 소시지 사진을 캐왔다.
베를린에서는 약간 떡볶이 포지션의 대표간식이 아닐까 하는 커리부어스트인데 저 크리스피한 껍질이 감동의 핵심이었다
두 번째는 아마 바이마르일 것인데 숯불 그릴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었던 소시지 + 브뢰첸


탄수화물도 좀 필요하니까 시켜본 메뉴
브레첼은 많이 먹어봤지만 바이에른식 치즈딥이라는 오바츠다 Obatzda는 처음 먹어봤다.
이렇게 해서 8500원은 좀 비싼 것 아닌가 싶긴 했지만 맛은 있었다.
베를리너랑 커리부어스트를 맛보고 눈 뒤집혀서 이 집에 파는 소시지 다 맛보자 싶어서 하나씩 추가주문함
초리조는 조금 매콤하고 기름진 맛이고 살치챠는 조금 더 담백했다. 음.. 맛은 있는데 베를리너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냥 앉아서 얘기만 해도 왠지 모르게 할 말이 많아서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 일어나야겠다고 일어나서 얘기하면서 걷다가 지하철 역 앞에 서서 또 계속 얘기했다.
10년이 이토록 훌쩍 지났는데 다음 10년도 또 훌쩍 지나가버리지 않을까. 5월에는 세진이 추천해 준 선운사 템플스테이를 떠나려고 예약했다. 삶은 너무 짧고, 늘 미련을 갖고 과거에 머물거나 성급히 미래로 달려가는 생각 말고 오로지 현재에만 존재하는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Lifelog > 사는 존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Lifelog] 동백꽃 질 무렵 / 선운사에서 (0) | 2025.05.14 |
---|---|
[Lifelog] 당신의 불안이 이름을 가지게 되는 순간 그건 더이상 당신을 삼키지 못할 거에요 (0) | 2025.04.28 |
[Lifelog] 우리가 글로 쓴 것들은 우리와 함께 늙어가지 않습니다 (1) | 2025.04.17 |
[Lifelog] 우리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더라도 (0) | 2025.04.12 |
[Lifelog] 자의식과잉 고치고 건강한 삶을 되찾자 (0) | 2025.04.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