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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10

[영화리뷰]《서브스턴스,(2024)》, 코랄리 파르자 "스스로를 되찾지 못한 인간만이 방황하는가?"  스포일러 존재 아름다움과 젊음은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모두를 미쳐 돌아버리게 하는 것인가? 영화 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모르고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한 어긋난 집착을 했던 어리석은 자의 말로가 이렇게 비참하니 우리는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정도의 교훈적인 주제의식보다는 훨씬 풍부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텍스트라고 생각했다.  성원권(citizenship)은 개인이 특정 사회공동체에 속해서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는 어떠한 상태를 의미한다. 법적 지위 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소속감도 포함하며 궁극적으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을 뜻한다. 성원권은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의 환대(hospitality) 없.. 2025. 2. 10.
[영화리뷰]《비밀의 언덕,(2023)》, 이지은 https://youtu.be/NnwgJBIGzbc 한 달에 한 번씩 영화 리뷰를 하겠다는 새해의 결심이 무색하게도 마지막 리뷰를 쓴 지 몇 달이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영화는 열심히 보고 있었다. 글을 쓰는 것만 미루어 왔을 뿐. 의 주인공은 수도권의 가상 도시 '성원시'에 사는 5학년 소녀 명은이다. 엄마는 시장에서 젓갈가게를 하고, 아빠는 마땅한 직업 없이 엄마가 하는 젓갈가게를 거드는 둥 마는 둥 하는 한량인듯하고, 6학년인 연년생 오빠가 있다. 그리고 엄마의 의붓아버지와 의붓동생인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이 있다. 그는 학교에서는 공부도 곧잘 하고 교우관계도 좋고 글쓰기 대회에 나가서 곧잘 우수상도 받아 오는 모범생이다. 어느 날 명은이는 반장선거에 출마해서 학급반장이 되는데, 엄마 가게로 달려가.. 2023. 8. 16.
[영화리뷰]《애프터썬(Aftersun),(2022)》, 샬롯 웰스 필름클럽 에피소드로 을 알게 되었다. 2월에 에무시네마에서 관람하고 나서 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제야 정리한다. 영화는 서른한 살 아빠 캘럼(폴 메스칼)과 열한 살 딸 소피(프랭키 코리오)가 튀르키예 토레몰리노스에서 보낸 여름휴가를 담은 오래된 캠코더 화면으로 시작된다. 캘럼은 소피의 엄마와는 이혼해 고향인 스코틀랜드를 떠나 런던에 혼자 지내고 있고, 소피의 방학마다 부녀가 함께 휴가를 보내온듯하다. 여러 장면에서 캘럼이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카펫 가게에서 우두커니 기대어 있는 얼굴이, 어느 날 혼자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다가 밤바다로 무작정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이, 한밤중에 침대에 맨몸으로 앉아 오열할 때 들썩이는 등뼈가, 딸에게 강박적으로 호신술을 .. 2023. 3. 6.
[영화 리뷰]《유랑의 달(Wandering/流浪の月),(2022)》, 이상일 스포일러 존재 설 연휴에 명동CGV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을 보고 왔다. 원작은 소설이라고 한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괴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로 낙인찍힌 두 인물이 15년만에 재회한다는 자극적인 설정에 비해서 과히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들이 자칫 지루할만큼 잔잔히 흘러가는데도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안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다가 서서히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긴장감은 아마도 첫째는 영화 안에서의 평화로운 시간은 머지않아 반드시 박살나고 말 것임을 예감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소재부터가 전인류적인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라 150분동안 삐끗하지 않고 끝까지 줄타기를 잘해주었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아홉살 사라사는 아빠가 죽고 엄마는 애인과 살고 있어서 고모 집에서 살고.. 2023. 1. 24.
[영화 리뷰]《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2021)》, 김세인 11월의 영화 EEAAO에서는 갈등하는 모녀 이블린과 조이가 등장한다. 모녀의 갈등은 온 우주를 위기로 몰아넣게 되지만, 이민자 가정의 세대 갈등은 특별히 보편성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또한 확실히 이블린은 조이를 사랑한다. 조이는 거대한 악의 화신인 '조부 투파키'이니 지금 죽여야만 한다면서 아버지가 이블린에게 칼을 쥐어주었을 때에 이블린은 마치 이삭을 번제물로 바쳐야 하는 아브라함과 같은 모습으로 잠깐 갈등하지만, 결국 조이를 죽이지 못하고 조이를 묶어뒀던 테이프만 칼로 끊어주고 만다. 결말 역시 결국 모녀의 갈등이 봉합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그러나 12월의 영화 의 모녀 수경과 이정의 갈등은 파국으로 시작해서 돌이키기 어려운 악화일로를 걷는다. 둘의 관계는 관객에게 당혹감을 준다. 정도의 차이.. 2022. 12. 7.
[영화 리뷰]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 Daniels 요즘 감흥이 생기는 것들이 적어져서 고민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엄청난 영화를 보게됐다. 지난번 영화관에 갔을 때 광고영상을 봤는데 엥 이건 뭐지? 괴랄하다. 이러고 넘겼다. 그도 그럴 것이 다중우주 멀티버스 어쩌구 하는 SF나 히어로물은 원래 내가 즐겨 보는 장르가 아니다. 며칠 전에 만난 극본을 쓰시는 분이 "이 영화는 정말.. 사람을 갈아 만든 맛이 나요."라는 평을 남겨주지 않으셨다면 볼 생각을 안했을거다. 만오천원에 사람을 갈아 만든 맛을 볼 수 있다? 시간될 때 꼭 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마음에 부담이 생기는 일이 발생해 홀가분하지만은 못했던 금요일 퇴근길에 가벼운 야근을 하고 마음이 헛헛해져 충동적으로 영화관에 들렀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정말로 사람을 갈아 만든 맛이 났다. (주 52시간 내에.. 2022. 11. 9.
[영화 리뷰]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The Worst Person in the World(2021)》, 요아킴 트리에 를 보러 아트하우스 모모에 갔다. 학교 다닐 때는 가까워서 자주 갔는데 최근에는 언제 마지막으로 갔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라 이대 ECC 안에서 헤매기까지 했다. 커피 반입이 안 되는 점과 영화 시작 전에 마땅히 기다릴 곳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노르웨이어 원제는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라는 뜻이라고 한다. 정말로 율리에는 그렇게까지 세상 최악의 인간인가? 물론 영화에 나타난 그의 언행을 살펴보면 '굿 플레이스'에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는 다소간 허영심도 있고, 가끔 말도 못되게 한다. 그리고 끈기 없이 금방금방 뭔가를 그만둔다고 윗세대의 지탄을 받는 MZ세대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유별나게 시작한 일을 항상 끝맺지 못하는 사람이다. 서른을 코앞에 두고도 방황을 거듭.. 2022. 10. 9.
[영화 리뷰] 《환상의 빛(Maborosi)(1995)》, 고레에다 히로카즈 1995년에 개봉한 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이다. 한국에서는 감독의 이름이 꽤 알려지고 난 2016년에 개봉했다. 개봉 당시에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관람했는데, 학교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할 때 누군가 반납한 미야모토 테루의 원작 소설까지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고레에다 감독의 이후 작품들도 좋아하지만, 보고 나서도 몇 년을 자꾸만 곱씹게 되는 에 대한 애정에는 미치지 못한다. 에드워드 양의 과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감독은 초기에 대만 뉴웨이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유미코와 이쿠오는 같은 동네에서 자라서 결혼한 부부이고, 3개월 된 젖먹이 아들 유이치를 기르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느 날에 이쿠오는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고, 저녁에 비가.. 2022. 9. 12.
[넷플릭스 시리즈 리뷰] 애나 만들기(Inventing Anna) 나는 시리즈물에 한 번 정을 붙이면 아무리 시즌이 길어도 끈질기게 다 끝내버린다. 시리즈는 특히 좋아해서 시즌17까지를 정주행한데다가 스핀오프인 소방관 드라마 도 국내에서 업데이트된 시즌까지 다 챙겨봤다. 나 에서 숀다 라임스가 인물들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인물들 각각이 자기 인생을 별안간 비집고 들어오는 사건들과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인생의 구멍들에 각자의 방식으로 대처해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너무나 사랑한다. Why do we even try, when the barriers are so high and the odds are so low? Why don't we just pack it in and go home? It'd be so, so much easier. It's because, in.. 2022. 4. 25.
[영화 리뷰] 《아비정전(Days of Being Wild,阿飛正傳)》, 왕가위 주말 밤에 뭐 볼까 하고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얼떨결에 다 봐버렸는데 이렇게 유명한 영화인지 몰랐다. 어둡고 빛바랜 느낌의 화면과 낡고 복잡한 내부구조의 건물과 페인트 칠이 벗겨진 벽같이 홍콩영화 하면 떠오르는 심상들이 몇 있다. 하나같이 외롭고 방황하고, 어딘가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돌며 부유하는 인물들은 불건강하거나 우울해보이는데도 어딘가 마음을 꽉 죄는 아름다움으로 사람을 매료하는 데가 있다. 막바지에 필리핀의 열대우림을 가로지르는 기차가 나오는 장면이 있다. 연착하지 않는 경우보다 연착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인도 기차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으면서 언제쯤이면 목적지에 도착할까를 짐작해보면서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바깥 풍경을 기웃거리던 날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침마다 짜이를 파는 상인들이 복도를 지나다.. 2022.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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