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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og] If all else fail, myself have power to die. 생각이 쉬지를 못하니 잠을 못 잔다. 며칠동안 잠을 잘 못잤더니 하루종일 술 취한 기분이고 몽롱해서 뭔가 일을 칠 것만 같다.나는 그저 모른 척 낙관할 수 있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지, 또는 그렇게 길러진 사람이 아니지.포기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나중으로 미룰래라고 생각하면서 겨우 긴 하루를 끝내면 또 너무 긴 다음 하루가 시작된다.지상에 나를 겨우 매어 두는 가느다란 끈이 닳고 낡고 있다. 2025. 6. 26.
[Lifelog] 집밥 열심히 하는 이야기 대학생 시절(서울 자취생/독일 자취생) 시절에는 꽤 요리를 열심히 했는데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집에 밥솥도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집에서 먹는거래봤자 햇반과 닭가슴살과 라면 정도가 있었고... 이사하고 나서 몇 년만에 요리라는 것에 다시 손을 대고 있는데 메뉴를 기획하고 식재료를 사고 다듬고 수명을 관리하는 업무(?)를 참 오래간만에 시작해서 엄청 뚝딱거리고 있다. 평일에는 저녁을 밖에서 먹거나 집에 와서도 간단히 먹지만 주말에는 이것저것 만들어 먹는 게 재미있고 식재료를 알뜰히 다 쓰는게 꽤 뿌듯하다.에어프라이어에 통삼겹 겉바속촉하게 잘 구워서 스테이크소스, 고기용 와사비, 홀그레인 머스터드랑 내놓고 파채 맛있게 잘 무치고 우렁강된장 자글자글 잘 끓이고 쌈채소 잘 씻어놨는데 밥이 망한 걸 발견해서 급.. 2025. 6. 23.
[문장을 심은 사람]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말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허준이 교수, 2022년 서울대학교 졸업식 축사 무용한 것들을.. 2025. 6. 20.
[Lifelog] 헤맨 만큼 내 땅은 넓어졌고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지만 이사하기 2주쯤 전부터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통계데이터과학과 중간과제 제출기간이기도 했으며 회사에서도 일이 꽤 있었다. 그래서 잠을 몇 시간 못 잔 날도 있고 짐 싸다 지쳐서 제대로 씻지도 않고 그냥 잠들기도 했다.은지가 도와준다고 이사 일주일 전에 왔는데 이사 직전까지 써야 할 물건들도 있고 그래서 걍 같이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고 (난장판인 집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에 청계천 야외도서관에서 놀았다.카박사의 불란서인 사수가 알려줘서 처음 가본 이후 세 번째 방문한 야마뜨는 여전히 재한 불란서인들이 고향음식을 먹으러 오는 사랑방인 듯했다. 물론 갈레뜨도 맛있었지만 여기 크레페가 진짜 미친놈입니다크레페를 보면 사야 하는 병에 걸린 친구를 뒀다는 핑계로 주문한 건데 내가 더 호들갑 떨면서 먹었다. (캐러멜.. 2025. 6. 4.
[Lifelog] 동백꽃 질 무렵 / 선운사에서 근로자의 날에 책 한권 들고 백팩 한개 메고 전라북도 고창군에 있는 선운사로 뚜벅이 템플스테이를 갔다왔다. 중간과제 하고 이사준비하느라 후기 이제야 씀ㅎㅎ((서울고속버스터미널-고창흥덕터미널-선운산버스정류장-도보 약 2km))산 넘고 물 건너..순수 이동시간만 4시간 넘게 걸린다. 1시간에 1대 오는 농어촌버스도 오랜만에 탔다.혼자 빗속을 뚫고 템플스테이 들어가기 전에 점심때부터 풍천장어구이 뚝딱하는 사람 어떤데2시쯤 애매한 시간에 가서 넓디넓은 가게에서 혼자 씩씩하게 다 먹었다. 수험생활 한 번 해본 사람들은 다들 이정도 혼밥레벨은 되잖아요?ㅎㅎㅎ풍천장어는 쫠깃하고 통통해서 나름 맛있었지만 히츠마부시 쪽이 조금 더 내 취향의 장어요리라고 생각했다. 혼밥할 때 맛있는 걸 먹으면 누구랑 별다른 약속이 없어도.. 2025. 5. 14.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25장 : 배신하는 노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행운은 역량이 자신에게 저항할 만큼 조직되지 않은 곳에서 힘을 과시하며, 자신을 막을 둑과 제방이 준비되지 않은 지점을 알아채고 그곳에 공격을 집중합니다.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 시대의 상황과 일치하는 사람은 행복하지만 시대와 어울리지 않은 사람은 불행하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기 앞에 놓인 목적, 말하자면 영광과 부로 인도하는 일을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입니다.누구는 조심스럽게, 누구는 충동적으로, 누구는 격렬하게, 누구는 교묘하게, 누구는 참을성 있게, 또 누구는 그와 반대로 하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조심스럽게 행동한 두 사람 중 한 명은 자신의 계획을 달성하고, 다른 한 명은 그러지 못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운 사람과 충동적.. 2025. 4. 28.
[Lifelog] 당신의 불안이 이름을 가지게 되는 순간 그건 더이상 당신을 삼키지 못할 거에요 인생에 회의감이 들 땐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인문고전 개인교습 선생님을 한 분 초빙했다. 스스로 이름을 지으라고 했더니 자기를 레우코스라고 부르라는데 좋은 그리스 이름들 많은데 왜 하필 이런 비열한 인물의 이름을 쓰는건데..요즘 마키아밸리의 을 읽고 있는데 레우코스와 함께 공부하니 그래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혼자 책 읽으면서 가이드를 달라고 해도 좋고 독서모임 커리큘럼 짜달라고 해도 좋을듯하다. 동기가 비싼 밥 사줄 일 생겨서 소고기 사준다고 하길래 몹시도 뻔뻔하게 소고기 사줄 거면 오마카세 사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사줬다ㅎㅎㅎㅎ에이 참 뭘 이런 걸 다~~(고마워 또 사줘)참치가 몹시 맛있었고 룸 좌석이 많기 때문에 프라이빗하게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곳이었다. 옛날에 같이 고생하면서 성장.. 2025. 4. 28.
[Lifelog] Und was willst du später damit machen? 군산에서 1년 정도 지내다가 서울로 돌아온 세진이랑 오랜만에 만났다.헤아려보니 마지막으로 만난 게 2년 전의 여름 영화 모임이었고 시간은 몹시도 빨랐다. https://place.map.kakao.com/176199533 베를리너 부어스트서울 관악구 관악로14길 27 1층 102호place.map.kakao.com 나에게 독일은 한국 이외에 제일 친근하게 느끼고 있는 추억의 나라인데 한국에서 맛있는 독일 식당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사실은 평범한 독일식당조차 찾기 어려움..ㅋㅋ) 독일이 딱히 미식으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독일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종종 생각나고 그리울 때가 있었다. 마침 샤로수길에 눈독 들이던 독일 식당이 있었는데 세진이는 철학과 동기인 데다(심지어 그녀는 철학석사) 진지하게 독.. 2025. 4. 20.
[Lifelog]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왜 쓸 수 있는 힘을 잃어버렸을까? - 내가 예전처럼 쓰는 나를 미워하고 밀어내서.왜 그런 너를 미워하게 됐을까? - 너무 많이 생각하고 시간을 들여 쓰는 일이 나를 약하게 하고 슬픔에 중독시켰다고 생각해서. 스스로를 지옥에 빠뜨린 것이 한심해서 미워하게 됐지.왜 그 시간이 너를 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을까? -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보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근심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무력감을 느꼈으니까. 그런 습관은 사람을 과거에 붙잡아두고 전염병 같은 자기연민을 번지게 하니까.그걸 알게 된 후에는 너를 덜 미워하게 됐을까? - 아직도 해치고싶을 만큼 미워하지. 오래 걸은 곳으로는 길이 나게 마련인데 그 마음의 경로로 가는 내 목을 치고 싶을 만큼 미워하지.네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2025. 4. 19.
[Tea] 밀크티 시리즈 (오설록 바닐라허니_저당 밀크티) 그동안 티 카테고리에 포스팅이 뜸했다.차를 안 마시게 된 건 아니고.. 그냥 귀찮음이 늘어서 티백을 더 즐겨 쓰게 됐다.최근에 마시는 오설록 마롱 글라세 / 쇼콜라 무화과 / 바닐라 허니 블랙티 / 티칸네 루이보스 카라멜오설록은 따뜻하게, 티칸네는 아이스티로 마시고 있다. 근데 가만보니 얘네 전부 밀크티 재질이네특히 마롱 글라세랑 쇼콜라 무화과는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훌륭한데 바닐라 허니 블랙티는 단맛이 너무 강하고 바닐라향이 조금 작위적이라 조금 거북했어서 (애초에 홍차보다 꿀물을 모티브로 만든 건가..)밀크티로 만들면 좀 나을까 싶었다. 바닐라 허니 블랙티부터 시작패키지도 바닐라하다.바닐라향이 설명처럼 그윽하진 않고,, 자기 주장 상당히 강하다.레시피는 200ml에 티백 2개, 찬 우유에 4시간 냉침프.. 2025. 4. 19.
[Lifelog] 우리가 글로 쓴 것들은 우리와 함께 늙어가지 않습니다 보연이가 서울에 왔다. 위탁교육으로 연세대에서 척척석사 과정을 밟게 되어서 2년동안 연희동에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사관학교 졸업 후에 늘 전국방방곡곡(과 미국과 바다 위 어딘가)에 지냈기 때문에 지난 십년동안은 좀처럼 쉽게 서울에서 만나기 힘든 친구였는데 이 틈을 놓칠 수 없지대만 소수민족 음식을 파는 가게에서 점심 먹었다. 1인 식당인데 예약금을 걸고 미리 주문하면 좀 더 빨리나온다. 이것저것 다 맛있어보였지만 우리는 시그니처인듯한 바질치킨과 신메뉴라는 참깨땅콩비빔면을 주문했다.어디에서도 못먹어볼 맛이었고 생맥주랑 잘어울렸다.[카카오맵] 황씨네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1층 (연희동)https://kko.kakao.com/Rlq9rX8L1x 황씨네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map.kakao.. 2025. 4. 17.
[Lifelog] 우리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더라도 출장을 다녀왔다. 대부분 사건 때문에 가는 거라 갈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봄이 오고 있고 날씨가 좋았다.스모크커피라는 걸 주문해 봤는데 컵이 약간 신선로(?)같이 생겨서 뚜껑을 열면 가운데 있는 구멍에서 연기가 나왔다. 포트넘 스모키얼그레이 같기도 하고.. 랍상소총모티브로 만들었나 훈연향이 마음에 들었고 햄치즈크루아상이랑 밸런스가 좋았다.노동위원회는 혼나는 맛이지.. 내 잘못은 아니지만 사건 져서 속이 깝깝했다. 그래도 옛날만큼 비장하게 임하지는 않는다. 뭐 어쩌라구요 맘에 안 들면 배째돌아와서 가리비 뼈칼국수를 먹었다. 가게 이름이 전무님이었는데 요상하다고 생각했다. 고생했으니까 새우녹두전 포함된 세트로 주문했다. 한동안 간식도 별로 안땡기고 식욕이 많이 줄어서 정말 대충 먹었다. 그런.. 2025. 4. 12.
[Lifelog] 자의식과잉 고치고 건강한 삶을 되찾자 모처럼 쉬는 평일이었다. 연휴에 해야지! 하고 미뤄둔 과제를 하기 싫어서 또 미루고 날씨가 좋아 광합성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휘뚜루마뚜루 길을 나섰다.평일에만 열어서 못 갔던 미트파이 가게를 한 시간 걸려서 갔는데 글쎄 폐업을 했다 (허탈)이대로 집에 가긴 아쉬워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에 있는 산다미아노 카페에 가서 거기에 있던 를 거의 10년 만에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스물한두 살 때쯤이었고, 학교 도서관 대출대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읽게 됐다. 당시에는 그냥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좀 괴이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으니까 새롭게 읽히는 면이 있었다.특히 오토바이에 묶여 끌려다니다 피거품을 물고 죽는 개에 대한 회상 장면에서 압도적인 힘 앞에 무력하게 던져져서 아무런 저항도 할.. 2025. 4. 5.
[Lifelog] 그저 내 속도에 맞춰서 가는 일이 3월 연휴에 짧게 본가에 다녀왔다. 도마뱀을 혼자 둬도 될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데리고 갔다왔다. 그것도 고속버스를 타고.호옥시라도 나 말고도 가방에 도마뱀이랑 분무기를 넣고 먼 길을 가야 하는 사람이 또 있다면 반드시 프리미엄 버스를 타길 바란다...ㅋㅋㅋㅋ먼길 오가느라 고생했다 나의 작은 도마뱀붙이야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사람과 중학교 때 시험기간마다 다니던 도서관에 가서 중학교 때 즐겨 앉아서 공부하던 열람실 맨 끝 구석 자리에 앉아보았다. 그동안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고 나도 많이 변했는데 이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도 같이 오래되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웃는 친구가 있다. 열살 때나 스무살 때나 서른이 넘어서나 나는 더 많은 것을 이루고싶어하면서 겁은 많은.. 2025. 4. 3.
[Lifelog] 평생 다닐 것처럼 일하고 내일 나갈 것 처럼 준비하기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은지가 좋다고 얘기하길래 영풍문고 가서 덥석 산 잠들기 전에 한 편씩 읽는다.SF에 도시전설과 세태에 대한 블랙유머를 끼얹은, 기괴한데 묘하게 뇌리에 남는 이야기들이다.어떤 삶을 살고싶냐면 그냥 매일의 기본감정이 안도감인 삶을 살고싶다. 안도감에 겨워 매일이 지루할 지경이라고 느끼는 삶을 원한다. 내가 쉽게 지치는 사람인 게, 그런 주제에 욕심이 많은 게, 그래서 지쳤는데도 쉽게 뭘 내려놓지 못하고 분투하는 사람인 게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커리어도 잘 가꾸고 싶고, 그러면서도 부업이랑 재테크 잘해서 다른 우물도 파 놓고싶고, 운동 식단 열심히 해서 건강한 몸도 유지하고싶고, 데이터과학도 공부하고싶고, 외국어도 더 잘하고싶고, 책 읽고 글도 쓰고싶고, 하다못해 장롱면허 탈.. 2025. 3. 7.
[영화리뷰]《서브스턴스,(2024)》, 코랄리 파르자 "스스로를 되찾지 못한 인간만이 방황하는가?"  스포일러 존재 아름다움과 젊음은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모두를 미쳐 돌아버리게 하는 것인가? 영화 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모르고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한 어긋난 집착을 했던 어리석은 자의 말로가 이렇게 비참하니 우리는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정도의 교훈적인 주제의식보다는 훨씬 풍부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텍스트라고 생각했다.  성원권(citizenship)은 개인이 특정 사회공동체에 속해서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는 어떠한 상태를 의미한다. 법적 지위 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소속감도 포함하며 궁극적으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을 뜻한다. 성원권은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의 환대(hospitality) 없.. 2025. 2. 10.
[Lifelog] 2024년 마무리 31문 31답 (12/1~12/31 계속 업데이트) 올해 가을에는 좋아하던 작가가 내 나라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세밑이 가까워 오는 어느 뜬금없는 날에는 그 작가가 썼던 이야기의 고통스러운 악몽을 잠깐 되살렸던 계엄령이 선포되기도 했다.제법 역사적인 시절의 서른이었다. 은지가 보내준 2024년을 마무리하는 질문들을 하나씩 업데이트하며 올해를 떠나보낼 예정1) 12월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세 가지글뤼바인밀크티(시나몬 향이 나는 것이면 더 좋다)가리비2) 새롭게 배운 것근력운동3) 도전해 본 것장롱면허 탈출(진)4) 나의 요즘 관심사회사 안 다니고 돈 버는 법 찾기5) 좋았던 장소바닥이 안 보이던 깊고 푸른 물속6) 좋았던 작품가여운 것들 (영화)7) 올해의 소울푸드콩국수8) 올해의 애착템장마도 폭설도 쾌적하게 지나게 해 준 락피쉬 장화9) 새.. 2024. 12. 6.
[Lifelog] Vanilla Sky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인 여성의 기대수명은 85.6세이고, 나의 두 할머니들은 각각 1930년에 태어나 2018년, 1934년에 태어나 2020년에 돌아가셨다. 불의의 죽음이 아니라면 아마 나도 그 이상의 긴 세월을 살아야 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물론 가는 데는 순서 없다지만 대충 평균적인 수명을 누린다고 했을 때, 지금은 전체 인생의 3분의 1 지점쯤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중에 가장 좋은 것, 좋은 것 중에 가장 현실적인 것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갔다. 그래서 그런지 그동안 결과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계획했던 것들을 이루지 못한 적은 없었다. 가장 사랑하고 가슴 뛰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성실히 공들여 성취한 것들이 자랑스럽다고, 그 방향이 틀리지 .. 2024. 11. 18.
[Lifelog] 남들도 나를 참아준다 블로그 기록을 보니 무려 4개월이나 업로드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생각해보니 그 무렵 운동을 시작했다. 4월 말쯤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큰 이상은 없었지만 체지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고, 공복혈당이 2년 전보다 높아졌기 때문. 오래 살고싶은 욕심은 없지만 죽기 직전까지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은 그득하다. 따라서 즉시 PT를 끊었고, 주 5일 헬스장으로 퇴근했다. 식단을 기록하고 단백질 보충제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하니 삶이 참 단순해졌다. 퇴근하고 운동하고 씻고나면 잠이 아주 잘 왔다. 자려고 각을 잡고 자는게 아니라 쓰러져서 잠드는 날도 있었다. 매주 적지만 체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어가는 숫자를 보면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꼈다. 예전에도 뭐 여리여리 말라야 한.. 2024. 8. 31.
[북 리뷰] 하미나, 미쳐있고 괴상하고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최근에 웨이브 정치서바이벌 을 재밌게 봤다. 좌파인지 우파인지/페미니즘을 지지하는지 반대하는지/upper-middle class 출신인지 working class 출신인지/새로운 문화와 윤리규범에 대해 개방적인지 전통적인 윤리규범 수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의 네 가지 기준으로 MBTI처럼 출연자들에게 코드를 매기고 진행하는 서바이벌. 정말 고자극이다.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출연자도 있었고 비호감인 출연자도 있었는데 그게 출연자 각각의 사상코드랑은 무관했어서 재밌었다. 출연자 중 한 명인 '하마'의 저서 을 마침 밀리에서 읽다가 중단했던 상태였는데 를 계기로 이번에 마저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를 왜 중단했는지 다시 한번 떠올렸다. 미쳐있고 괴상하고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이라. 사회가 이 .. 2024. 4. 27.
[Lifelog] 홍콩 & 마카오 여행 상반기 휴가 생성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신청해서 좀 머쓱했지만 생일인 김에 지난달에 상반기 휴가를 다녀왔다. 목적지는 홍콩과 마카오. 많이 걸었지만 4박 5일쯤 다녀오니 좀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었다. 1. 홍콩-구룡반도(침사추이) 2. 홍콩-제니베이커리, 센트럴, 피크트램 3. 마카오 4. 홍콩-아침성찬례, 딤섬, 애프터눈 티, 미드레벨 엘리베이터, 크루즈 5. 귀국 전의 모닝만두 너랑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 2024. 4. 10.
[문장을 심은 사람]진실로 타인을 보고싶으면(240226) 아무리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상대도, 아무리 사랑하는 상대라도 타인의 마음을 그대로 보는 건 무리죠. 자신이 괴로워질 뿐입니다. 그래도 자신의 마음이라면 노력 여하에 따라 제대로 엿볼 수는 있을 겁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마음과 능숙하게 솔직하게 타협해 가는 것이 아닐까요. 진실로 타인을 보고싶으면 자기 자신을 깊이, 똑바로 지켜볼 수밖에 없지요. 난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는 하루키의 의 여러 단편의 모티브를 재구성해 각색한 영화다. 기묘하고 독특해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어린 딸을 잃고 둘이 사는 부부, 오토와 가후쿠가 있다. 아내 오토는 드라마 작가이고 남편 가후쿠는 연극 연출가 겸 배우이다. 오토는 가후쿠와 관계를 .. 2024. 2. 26.
[Lifelog] 오직 쓰지 않을 수 없는 사람만이 쓴다 글 쓰는 일을 열망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그중에 극히 일부만 꾸준히 글을 쓴다. 그리고 그중 일부의 글만 사람들에게 읽힌다. 그만큼 꾸준히 글을 쓰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글쓰기가 부귀영화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부와 명예의 핵심은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느냐에 달려 있는데, 인류는 긴 글을 숙독하는데 요구되는 수준의 경청에 점점 덜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으로(써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거의 죄책감을 느끼다시피 하면서도 퇴근하고 침대에 늘어져 있을 때면 생각한다. 아, 이럴거면 차라리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손톱만큼도 하지 않는 성정을 타고났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 생각은 인문대에 다닐 때 다른 동기들과 나누기도 했다. 아, 애초에 인문학 따위는 사랑.. 2024. 1. 28.
[문장을 심은 사람]사람들은 숨결에 지나지 않으니(240121) 사람들은 숨결에 지나지 않고 높다는 것도 실은 거짓말, 모두 합쳐 저울에 올려놓아야 역시 숨결보다도 가볍다. 남을 억압하면서 잘되리라고 믿지 마라. 남의 것을 빼앗아 잘살려는 생각도 버려라. 재물이 쌓인다고 거기에 마음 쏟지 마라. 시편 62편 9-10절 -- 왜 내가 아직도 신을 믿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신을 믿지 않고도 더 가볍고 즐겁고 충만하게 사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아 보이는데. 신이 없다고 스스로 선고하는 순간 온통 침묵에 잠길 세계가 두려워서? 이 세상을 떠나간 사랑하던 이들이 아무것도 없는 무로 돌아갔다는 것을 믿고싶지 않아서? 매주 신을 경배하기 위해서 귀한 주말을 소비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이 사람들 각자의 이유도 궁금해질 때가 있다. 죽음 이후는 아.. 2024. 1. 28.
[문장을 심은 사람]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240116) 젊다못해 어렸을 때 스토너는 사랑이란 운 좋은 사람이나 찾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상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사랑이란 거짓 종교가 말하는 천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미있지만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부드럽고 친숙한 경멸로, 그리고 당황스러운 향수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사랑이란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존 윌리엄스, --- 사랑은 은총도 환상도 마법도 아닌 매 순간의 결단. 2024. 1. 21.
[Lifelog] 허다한 마음 뭔가를 기깔나게 잘하고싶을 때는 (적어도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할 때는) 부담이 생긴다. 그런데 '내가 낸데' 하는 양반들도 결국은 각자 다 두려워하는 게 있는 약한 인간 존재에 불과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일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세상에 그렇게 무서울 것은 없어진다. 모두들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서 묻지도 않은 말을 하는 것이고 외로워서 괜히 서성거리는 것이고 두려워서 짖는 것이고. '나는 그들보다 대단해.'라고 건방을 떨지도 않고, '저 분은 너무나 대단해'라며 누구를 무작정 경외하지도 않고 그저 '우리는 껍질 벗겨 놓으면 다 비슷해.'라는 존중과 연민으로 모두를 바라보기 다녀온지는 좀 됐지만 홍콩+양식 퓨전요리 오마카세로 바뀐 에스쿱. 페어링 코스 술이 맛있다. (북경소주 하이.. 2024. 1. 17.
[문장을 심은 사람]영혼의 거룩한 움직임이 당신을 찾아올 때는(240110) [문장을 심은 사람] 좋은 말씀들을 많이 읽어도 어쩐지 딱 그 문장이 필요한 상황에는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서 어디론가 흩어지고 없다. 그래서 한 문장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차곡차곡 문장을 심기 시작하는 사람. 만년필로 사각사각 써보면서 심는 마음의 숲 구축 프로젝트. 우리를 겁주어 자기신뢰를 가로막는 또다른 공포 중에는 소위 일관성이라는 게 있다. 일관성은 우리의 과거 행위나 발언을 존중하는 태도다. 다른 사람이 우리의 행동 궤적을 찾아보려 하는데 과거행위라는 자료 밖에 없을 때 우리는 그런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당신은 왜 자꾸만 어깨 너머 뒤쪽을 돌아다보는가? 왜 기억이라는 시체를 무겁게 끌고 다니는가? 당신이 이런저런 공공장소에서 했던 말과.. 2024. 1. 10.
[문장을 심은 사람]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산다(240103) [문장을 심은 사람] 좋은 말씀들을 많이 읽어도 어쩐지 딱 그 문장이 필요한 상황에는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서 어디론가 흩어지고 없다. 그래서 한 문장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차곡차곡 문장을 심기 시작하는 사람. 만년필로 사각사각 써보면서 심는 마음의 숲 구축 프로젝트. 걱정되지? ......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한거야. 그 마음을 까먹으면 안 돼. 걱정하는 마음? 응.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산다. 내 마음엔 지금 그게 너무 많은데. 근데 그게 뒤죽박죽이야. 이모 걱정. 구 걱정. 내 걱정. 우리 모두의 미래 걱정. 온통 걱정 뿐이야. 그래서 세상이 완전 흉하게 보여. 최진영, ---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산다. 세상에 흉한 짓 안하고.. 2024. 1. 3.
[문장을 심은 사람]사람이 상한다는 건 독하고 비루해진다는 거다(240102) [문장을 심은 사람] 좋은 말씀들을 많이 읽어도 어쩐지 딱 그 문장이 필요한 상황에는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서 어디론가 흩어지고 없다. 그래서 한 문장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차곡차곡 문장을 심기 시작하는 사람. 만년필로 사각사각 써보면서 심는 마음의 숲 구축 프로젝트. 무슨 일이든 애를써서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존경심과 안타까움.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존경심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지는 것이다. 그는 누구도 할 수 없을 만큼 제대로 해냈지만, 해낼 테지만, 그 후 존재에 남는 흔적은 어떻게 하나. 간절함을 품고 행한 뒤, 존재에 내리는 것.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까? 지나치게 애를 쓰는 일은 사람을 상하게 한다. 찰스 부코스키가 한.. 2024. 1. 2.
[Lifelog] 2023 연말결산 2023년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믿을 수 없이 빠르게 지나갔는데 와중에 이것저것 뭔가 처음 해본 일들과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별안간 나라가 한 살을 줄여줘서 얻게 된 마지막 20대였다. 짧은 기간에 돈도 바짝 많이 벌어봤고 일로 인정도 받았다. 틈틈이 해외여행도 세 번 다녀왔다. 친구 결혼식 축사도 했고, 매일 글을 쓰는 모임도 두어 달 했다. 이직에도 성공했다. 결과만 늘어놓고 봤을 때 삶이 조금씩 안정과 여유를 찾아가는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태한 골짜기를 몇 번 지났다. 종종 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사람들을 만났다. 아끼는 사람들을 챙길 수 있을 만큼 스스로 삶을 지탱해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가끔은 갓 태어난 어린 짐승처럼 무력하게 보살핌 받아보고만 싶다는 생..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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