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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og/사는 존재

[Lifelog] 그저 내 속도에 맞춰서 가는 일이

by 노무사 송글 202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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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연휴에 짧게 본가에 다녀왔다. 도마뱀을 혼자 둬도 될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데리고 갔다왔다. 그것도 고속버스를 타고.

호옥시라도 나 말고도 가방에 도마뱀이랑 분무기를 넣고 먼 길을 가야 하는 사람이 또 있다면 반드시 프리미엄 버스를 타길 바란다...ㅋㅋㅋㅋ먼길 오가느라 고생했다 나의 작은 도마뱀붙이야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사람과 중학교 때 시험기간마다 다니던 도서관에 가서 중학교 때 즐겨 앉아서 공부하던 열람실 맨 끝 구석 자리에 앉아보았다.

그동안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고 나도 많이 변했는데 이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도 같이 오래되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웃는 친구가 있다.
 
열살 때나 스무살 때나 서른이 넘어서나 나는 더 많은 것을 이루고싶어하면서 겁은 많은 애살쟁이였지. 불확실한 낙차를 걱정하는 나의 심각함은 종종 나를 불행하게 한다.
 


몇 년만에 제주에 갔다. 차를 렌트했는데 도착한 날 어둡고 비가 오는데 주차하다 서두르는 바람에 펜션 입구에서 차를 거하게 긁었다...^^

보험 빵빵하게 들어뒀지만 휴차료랑 자기부담금은 따로 내야 했다. 회사찬스로 카셰어링 싸게 잘 쓰고 있는데 차 두번이나 긁고 버스전용차로 위반해서 과태료 먹고 자꾸만 사기가 떨어져가는 초보운전의 삶이었다.
 


원래는 해안도로 드라이브도 하고 차 오마카세도 가려고 했는데 사고로 인해 사기가 바닥을 쳤기도 하고 날씨도 비 오고 바람 불어서 그냥 도보로 근처에 있는 맛집이랑 카페만 찾아다니고, 숙소 돌아와서 음악 틀고 책 읽고 차 마시고 와인 마시면서 쉬었다.
 
우연히도 제주에 있을 때 <폭싹 속았수다>를 보기 시작했는데 둘이 새벽까지 이거 보다가 늦잠을 잤다.

살믄 살아야 지겠지만, 요원한 볕들날에 대한 가능성으로 선명한 눈앞의 진흙탕을 견디고 계속 살아보기로 결심하는 일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평일 저녁엔 외식이나 배달을 잘 안하고 단순한 식단으로 챙겨먹는데 마음이 허기진 어느 퇴근길에 몸도 허기져서 라멘을 먹고 들어갔다. 한입맥주(120ml)라는 훌륭한 메뉴가 있어서 같이 주문했다.
 

 
어느날 퇴근길에 목걸이가 뚝 끊어졌다. 티파니에 맡기면 수리비 엄청날 것 같아서 이대 근처에 있는 주얼리 수리 전문업체에 목걸이 맡기고 근처에서 혼자 저녁을 먹었다.

그동안 몇번이나 가보려고 했는데 갈때마다 재료 소진이어서 못간 까이식당 삼고초려 끝에 드디어 성공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었다. 육수로 지은 감칠맛나는 밥을 맛있게 싹싹 먹었다. 식당에 있는 이런 책들 너무 재밌어


요즘 부쩍 성당 가는 게 힘들어졌다. 옛날에 쓴 일기를 읽는 것도 그렇다. 그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내가 믿고 있었던 모든 중요한 것들 중에 무엇도 나를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끝없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

그저 너무 춥고 숨이 차고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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