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은지가 좋다고 얘기하길래 영풍문고 가서 덥석 산 <옥상에서 만나요>
잠들기 전에 한 편씩 읽는다.
SF에 도시전설과 세태에 대한 블랙유머를 끼얹은, 기괴한데 묘하게 뇌리에 남는 이야기들이다.

어떤 삶을 살고싶냐면 그냥 매일의 기본감정이 안도감인 삶을 살고싶다. 안도감에 겨워 매일이 지루할 지경이라고 느끼는 삶을 원한다. 내가 쉽게 지치는 사람인 게, 그런 주제에 욕심이 많은 게, 그래서 지쳤는데도 쉽게 뭘 내려놓지 못하고 분투하는 사람인 게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커리어도 잘 가꾸고 싶고, 그러면서도 부업이랑 재테크 잘해서 다른 우물도 파 놓고싶고, 운동 식단 열심히 해서 건강한 몸도 유지하고싶고, 데이터과학도 공부하고싶고, 외국어도 더 잘하고싶고, 책 읽고 글도 쓰고싶고, 하다못해 장롱면허 탈출하고 운전까지 잘하고싶은데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느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24시간이 모자라다고 느끼지.
꾸준하게 그것들을 하나씩 해 나갈 때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그것들을 제대로 컨트롤하고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고통받고.

곧 전셋집을 빼고 신혼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집주인이 제때 전세금을 못돌려준다고 해서 한동안 또 스트레스를 받았다. 될 대로 돼라 법대로 하자 하면서 잊고 있는데, 어쨌든 세입자를 구하면 그런 복잡하고 골치아픈 일 안해도 되니까 일단 구하고는 있는데 쉽지는 않다.
와중에 세면대 팝업이 고장났는데 말 안통하는 집주인 할머니랑 연락하기 싫어서 쿠팡에서 부품 사서 직접 고쳐봤다. 똑딱이 물마개만 바꿀 계획이었는데 부식된 파이프가 파스스 부서지는 바람에 선택의 여지가 없이 파이프까지 같이 갈아야 했는데 결국 이걸 해낸 내가 제법 기특했다 하하.

회사에서 와인장터를 하길래 브레드앤버터 프로세코를 샀다. 교환학생때 흥청망청 마시다가 숙취에 시달리던 아름다운 기억을 되새기며 충동구매^_^ 저축목표를 세우고 무지출챌린지 시작했는데 억눌린 욕구가 폭발하면 가끔 이렇게 충동구매를 한다.
맛은.. 같은 브랜드의 까쇼에 비해 뭐 그저 그랬다..

오설록 안먹어본 맛을 야근 중에 동료가 나눠주었다.
그렇다 회사 상황이 좀 엉망진창이라 다들 야근을 했다. 일은 늘고 사람은 줄여놨는데 이래도 되나 싶은 부담스러운 일이 쉼없이 터져서 숨돌릴 틈이 없었다.
내가.. 이렇게 중압감 느끼면서 일할 거였으면 굳이 회사를 안왔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회사의 장점이라면 휴가는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 동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점이 있다. 슬픈 일이지만 인성에 결함이 있는 동료라는 존재는 없을 때는 없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기 어렵지만, 생기는 순간 근로조건이 급격히 악화되는 요소라서 동료들이 중상모략을 꾸미는 일 없이 상식적이고 각자의 일에 충실한 사람들이라는 점은 직장생활에서 몹시도 감사할 일이다.
근데 뭐 사람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이미 많이 바뀐 바 있고...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환율도 높고 물가도 오르고 좋은 일자리는 적고 모든 게 치열하고 쉽지 않은 시기다. 평생 다닐 것처럼 일하고, 내일 나갈 것처럼 준비하라는 직장생활의 격언은 언제나 마음이 새겨야 하겠다.

새로 다니는 헬스장 좀 넓어지긴 했는데 천국의 계단 2대밖에 없어서 평일저녁에는 경쟁이 빡세고 예전 헬스장 것보다 올드한 모델이라 그건 좀 별로.. 다들 참 열심히 산다

요즘 내 일상의 낙이 된 귀여운 크레스티드 게코 도마뱀 친구를 들였다. 히스토리를 보니까 '23년 7월부터 들일까 고민을 했었는데 2월 어느 토요일에 동네에 놀러온 친구랑 분양샵 겸 카페에 갔다가 친구의 부추김에 넘어갔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친구는 '니 성격에 내가 좀 부추겼다고 홀랑 충동입양했겠니!'라고 말했고 반박불가).
이 조그만 파충류에게도 좋은 거 먹이고 싶고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주고싶어서 돈과 시간을 쓰게 되는데 자식을 갖는다는 건 도대체 어떤 기분인걸까?이제야 사랑이 뭔지 알게된 것 같다는 그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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