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 쉬는 평일이었다. 연휴에 해야지! 하고 미뤄둔 과제를 하기 싫어서 또 미루고 날씨가 좋아 광합성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휘뚜루마뚜루 길을 나섰다.
평일에만 열어서 못 갔던 미트파이 가게를 한 시간 걸려서 갔는데 글쎄 폐업을 했다 (허탈)
이대로 집에 가긴 아쉬워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1층에 있는 산다미아노 카페에 가서 거기에 있던 <채식주의자>를 거의 10년 만에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스물한두 살 때쯤이었고, 학교 도서관 대출대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읽게 됐다. 당시에는 그냥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좀 괴이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으니까 새롭게 읽히는 면이 있었다.
특히 오토바이에 묶여 끌려다니다 피거품을 물고 죽는 개에 대한 회상 장면에서 압도적인 힘 앞에 무력하게 던져져서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고 자기 운명을 결정할 수 없게 된 존재의 깜깜한 절망을 생각했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이 고통을 끝내고 싶어, 이 고통을 끝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아침에 탄핵심판선고 생방송 보고 카페 가서 전날 미룬 확률의 개념과 응용 과제 하나를 다했다. 베이즈정리 어쩌구 학부 때 경제통계학 들으면서 배운 것도 같은데 이젠 그저 가물가물하지 뭐
돈도 열심히 벌고 법률번역도 공부했었고 이제 통계학도 공부하는 나
제법 자기 착취에 익숙한 현대인 같아요🫠

교정유지장치 점검도 할 겸 어금니가 시려서 뭐 문제가 있나 하고 치과에 들렀다. 치과는 앗 뭔가 조금 이상한가? 싶을 때 얼른 달려가는 게 몸과 지갑이 덜 고생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교정치료 해주신 원장님은 여러 모로 이것이 바로 전문가의 품격이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분이라 원장님이 하라 하면 넵 하고 두말 않고 바로 충치치료받을 각오로 갔는데 이건 일단 당장 하지 말고 좀 지켜보자셔서 시린 이 코팅만 하고 왔다.
1. 원장님처럼 좀 더 사람들한테 친절하고 따뜻해져야겠다
2. 치아관리 계속 열심히 해야겠다

신촌 간 김에 경의선 숲길 산책도 좀 하고 근처에 간 김에 학생 때 자주 가던 야끼카레 전문점에 갔다. 에비야끼카레를 먹고 싶었는데 옛날과 마찬가지로 20그릇 한정메뉴라 다 나가고 없어서 다른 메뉴를 먹었다.
십 년 전에 있던 가게 중에 아직 영업하는 곳이 잘 없는데. 그땐 그냥 별 거 없고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 그럴 수 있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참 꿈이 소박했구나. 그건 겨우 지금의 나여도 해줄 수 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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