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록을 보니 무려 4개월이나 업로드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생각해보니 그 무렵 운동을 시작했다. 4월 말쯤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큰 이상은 없었지만 체지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고, 공복혈당이 2년 전보다 높아졌기 때문.
오래 살고싶은 욕심은 없지만 죽기 직전까지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은 그득하다. 따라서 즉시 PT를 끊었고, 주 5일 헬스장으로 퇴근했다. 식단을 기록하고 단백질 보충제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하니 삶이 참 단순해졌다. 퇴근하고 운동하고 씻고나면 잠이 아주 잘 왔다. 자려고 각을 잡고 자는게 아니라 쓰러져서 잠드는 날도 있었다. 매주 적지만 체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어가는 숫자를 보면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꼈다.

예전에도 뭐 여리여리 말라야 한다는 강박이나 로망이 있었던 건 아니고 남들이야 뭐라 생각하든 내 몸 생긴거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는데 운동 전에 비해 약 신생아 한 명 분량의 체지방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좀 놀라웠다.

회사는 여전히 다니고 있다. 한여름에 지방 출장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어느덧 입사 1년이 되어 가는데 동료들도 당신의 1년은 실로 다이나믹했다고 인정할만큼 지난 1년간 회사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또다시 마음이 동요되고 있는 날들이다.
사내 고충처리담당자로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다루면서 면담을 하다보면 여러 사람들의 여러 면모를 보게 된다. 내가 노무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정한 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싫은 사람이랑 같이 일하지 않기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이었는데 (에듀윌 광고 보면 <노무사 돈 마니마니 버나> 싶지만 솔직히 돈이야 더 많이 벌 수 있는 직업 많고...) 괴롭힘 사건을 하면서는 그 장점은 확실하게 체감이 된다.
최근에 사건을 하면서 자기확신이 몹시 강한 사람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열정적으로 일을 챙기는 유능하고 똑똑하고 야무진 에이스였던 주니어 직원이 관리자로 성장했는데 empowerment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기존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관리자가 되었을 때 조직문화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주변인에게 짜증스러울 때마다 남들도 나를 참아준다는걸 거듭 명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최소 주변 사람에게 유해한 인간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지.

소금빵으로 유명한 동네 빵집인데 매일 11시에 연다고 한다. 벼르다가 주말에 한 번 가봤는데 오픈 후 15분정도 됐는데도 사람이 많았다. 주말 오전에 시원한 옷을 입고 어슬렁어슬렁 집을 나와 좋아하는 빵을 골라서 종이봉투에 담아 나오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점심은 거의 구내식당에서 먹지만 가끔씩 밖에서도 먹는다. 콩국수 좋은지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단백질에 신경쓰기 시작해서 그런지 올 여름에는 유난히도 콩국수의 고소한 맛이 좋았다. (그래서 해장으로도 먹어봤는데 의외로 속을 달래주고 괜찮음)
여름은 유난히 견디기 너무 힘든 계절인데 여름의 좋은 점을 하나 찾았다.

슬슬 가을이 오고 있는지 하늘이 높고 선명해지고 더위가 부드러워졌다. 쨍쨍한 활기는 아직 남았지만 비교적 더위가 견딜만해지는 계절. 나 늦여름 좋아하네



또 올 여름에는 여름과일을 많이 챙겨먹었다. 복숭아와 포도를 자주 사먹었고, 딸기 요거트맛, 복숭아 셔벗맛, 망고맛이 나는 가향 커피를 마시는 게 즐거움이었다.
먼 미래는 덜 생각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평화롭게 살아가는 중이었는데 뭔가 선택의 갈림길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뭘 하든 일단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는지 아니면 일단은 관망해야 하는지 또 여러 생각이 드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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