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이 된 지 얼마 안됐는데 그간 꽤나 정신이 없었는지 왠지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백수시절의 근황(이었던것)...

나는 평소에 화장을 대충 하고 다니는 편이었는데, 예술인인 H가 자신의 미적 감각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는지 홋카이도 여행에서 메이크업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돌아오니 마침 올리브영 세일 기간이어서 H가 추천해준 크리니크 치크팝을 샀다.
대학교 새내기 때부터 지금까지 코덕까지는 아니더라도 화장품에 영 관심이 없는 편은 아니었고, 화장이라는 작업을 재미있어 했다. 근데 졸업하고 수험생이 되면서 눈 뜨면 5분만에 세수하고 안경쓰고 선크림만 바르고 학원-독서실-집을 왔다갔다 했고.. 직장인이 되고 나니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소중해졌기도 하고.. 그래서 외부 미팅 없는 날에는 아주 기본적인 화장만 하고 다녔다.
아마 앞으로도 대부분의 날들은 여전히 그렇겠지만..ㅋㅋ 화사하게 하고 다녀야 좋-은 기운이 들어오지. 필수재는 아니지만 인생을 조금 더 예쁘고 즐겁고 풍요롭게 하는 조그만 물건들이 있는 법이다.


낮에 서울도서관에 가서 노라 크루그의 <나는 독일인입니다>를 읽었다. 2차대전 전후 2세대인 작가가 조부모와 증조부모, 아버지의 죽은 형에 대한 기록을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에 기록된 어떤 사건에서 나의 조상은 어떤 선택을 했고, 그런 사건이 어떻게 가족사와 개인사에 얽혀있는지에 대한 것은 나의 오랜 호기심이기도 하다.



다이어트중인 친구와 숙대 앞 맛있는 샐러드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숙대생들은 좋겠다~)
그는 다이어트 중에 먹고싶은 간식이 생기면 일단 사서 냉동실에 넣어둠으로써 욕망을 견디고 다이어트가 끝나면 다 꺼내 해동해서 먹는다고 한다. 아니 너무 신박한 방법인데?ㅋㅋㅋㅋ

또 어떤 금요일에는 혼자 에무시네마에 가서 영화 <한 남자>를 봤다. 부스럭거리거나 속닥거리거나 상영 중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폐쟁이가 거의 없어서 고요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일본 아카데미 올해 최우수상 수상작이라는데 아 정말 좋았다.
여운을 즐기며 광화문에 근무할 때 종종 저녁 겸 혼술하던 가게에 오랜만에 갔다. 요즘 혼술이 왜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네 향긋한 하이볼 최고. 좀 무겁더라도 견디고 일본에서 위스키 한병 사올걸..




교보문고에 갔는데 마침 그날 위화 작가 등단 40주년 기념 사인회 예정이라고 해서 헐레벌떡 책을 샀다. 아니 이게 웬떡? 보니까 기다리는 사람들이 거의 젊은 중국인 학생들이었다. 하긴 예컨대 어떤 외국 도시에 사는데 거기서 조성진 연주회를 한다면 근처에 사는 한국인들도 당연히 달려가지 않겠냐고.. 대기번호 341번이어서 스케줄상 안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일단 기다렸다.
원래 오후 2시~4시 예정이었는데 4시간 넘게 기다려서 거의 6시가 다 되어서 받았다. 사진도 찍었는데 나만 신났고 작가님 너무 지친 표정..ㅋㅋㅋ어르신 너무 혹사시키는거 아니냐구.. 2000년 방한 때는 작가 인지도가 없어서 사인회 취소되고 신나게 맥주마시고 놀아서 즐거우셨다는데 불과 20여 년 만에 제대로 유명세를 치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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