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믿을 수 없이 빠르게 지나갔는데 와중에 이것저것 뭔가 처음 해본 일들과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별안간 나라가 한 살을 줄여줘서 얻게 된 마지막 20대였다. 짧은 기간에 돈도 바짝 많이 벌어봤고 일로 인정도 받았다. 틈틈이 해외여행도 세 번 다녀왔다. 친구 결혼식 축사도 했고, 매일 글을 쓰는 모임도 두어 달 했다. 이직에도 성공했다.
결과만 늘어놓고 봤을 때 삶이 조금씩 안정과 여유를 찾아가는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태한 골짜기를 몇 번 지났다. 종종 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사람들을 만났다. 아끼는 사람들을 챙길 수 있을 만큼 스스로 삶을 지탱해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가끔은 갓 태어난 어린 짐승처럼 무력하게 보살핌 받아보고만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해서 슬퍼졌다.
꿋꿋하고 싶을 때마다 열심히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더니 올해 본 게 제법 많다. 그러나 매달 영화 리뷰를 쓰겠다는 결심은 지키지 못했다. 내년에는 짧게 쓰더라도 자주 쓰고, 필사 노트에 좋은 문장을 따라 쓰면서 무너지지 않는 마음을 짓는데 애써봐야겠다.


<2023년에 본 영화>
3000년의 기다림
유랑의 달
성스러운 거미
애프터썬
더웨일
스즈메의 문단속
파벨만스
클로즈
라이스보이슬립스
엘리멘탈
바비
비밀의 언덕
퀴어 마이 프렌즈
밀리수탄도
오펜하이머
한 남자
플라워 킬링 문
서울의 봄
괴물
보이후드(왓챠)
가버나움(왓챠)
A.I.(넷플릭스)
서부전선 이상 없다(넷플릭스)
포화 속의 우정(넷플릭스)
이니셰린의 밴시(넷플릭스)
화양연화(넷플릭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왓챠)
슬픔의 삼각형(왓챠)
문라이트(왓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넷플릭스)
아무도 모른다(넷플릭스)
<2023년에 읽은 책>
위화, <원청>
위화, <형제>
위화, <인생>
이동진,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박연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김찬호, <모멸감>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김해서,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
노라 크루거, <나는 독일인입니다>
정지아,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미즈키 히로미,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최진영, <단 한 사람>
최진영, <끝나지 않는 노래>
무타 카즈에,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




올해의 여행지 : 홋카이도
올해의 영화 : 애프터썬
올해의 책 : 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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