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log/사는 존재

[Lifelog] 더마켓키친, 우육면관, 기고 (20230130-20230205)

by 노무사 송글 2023. 2. 13.
728x90

대충이라도 매주 기록하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자꾸 무기력해져서 조금씩 밀리고 있다.

 


포시즌스호텔 더마켓키친을 방문했다. 땅 파다가 유적이 나왔는데 차마 덮어버릴 수가 없었는지 바닥을 투명하게 처리해서 조선시대 집터 같은 유적을 발 밑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접시 들고 걸어 다니다 보면 조금 어지럽지만 나름대로 멋은 있었다.

해산물 메뉴와 디저트 퀄리티가 좋았다. 이용시간은 입장시간부터 2시간 제한이 있고, 탄산음료나 주류는 별도로 주문해야 하지만 물과 탄산수, 커피와 차 메뉴는 포함이다.


 


나는 사치품에 대한 물욕은 적은 편인데 경험에 대한 욕심은 아주 많은 편인 것 같다. 제일 만족스럽고 아깝지 않은 소비가 뭐였는지를 생각해 보면 주로 생활을 편리하고 화려하게 하는 물건보다는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쓴 돈과 내 교육과 건강에 투자한 돈이다. 물건은 닳고 낡으며 무덤에 못 가지고 들어가지만 추억과 역량과 체력은 그렇지 않다.
기준을 확실히 세워서 돈의 절대적인 액수에 연연하기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효용을 고려해서 현명하게 지출하는 합리적 경제인이 되어야겠다.



걸림돌(Stolperstein) 이미지 출처 : Pixabay


대학교 교지 후배들에게 (몇달 전에) 왔던 기고 요청 마감일이 다가와서 오랜만에 새벽까지 글도 썼다.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대체 무슨 글을 쓰면 좋을까 고민을 하면서 아무말을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목차도 정리되고 하고싶은 말도 정리가 되어서 어떻게든 한 가닥의 주제의식을 잡고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써보기 전까지는 자기가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모른다는 위화의 말을 생각했다.

학기 내내 글감을 고민하고, 취재하고, 글을 쓰고, 토씨 하나의 오류까지 찾아내려고 마지막까지 교열하면서 책 한 권을 엮어내면서 훈련한 이십대 초반의 습관은 다른 사람의 글을 평가하는 안목을 높여줬을 뿐 아니라 나 자신이 쓰는 맞춤법과 문장, 글의 최저 수준에 대한 기준도 엄격하게 만들어줬다.

그래서 그 시간이 지금의 내 인생에 구체적으로 무슨 쓸모가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그 때의 내게 세상의 온갖 유용하지 않은 것들을 힘껏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는 사실은 현생이 못견디게 건조하고 쓸쓸할 때 종종 용기가 된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