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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log/사는 존재

[Lifelog] 지방 출장, 본가 방문, 찻집(20230213-20230219)

by 노무사 송글 2023.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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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도 많이 왔고, 지방 출장도 다녀왔고 프로젝트 마감도 다가온 바쁜 한 주였다. 출장 간 김에 주말까지 본가에 있으면서 재택근무를 했다. 업무량은 사무실 출근한 날보다 결코 적지 않았지만 한적한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하는 시간만은 여유로웠다.


바쁠 때도 주 2회 랭디 전화영어 수업은 빼먹지 않으려고 한다. 여러 선생님과 수업을 진행해봤는데 마음에 드는 선생님을 한 분 찾았다. 너무 발랄하거나 수강생보다 본인이 더 말을 많이 하는 분들은 잘 안맞는다고 느꼈는데, 이 선생님은 차분하고 지적이고 수강생이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경청해주는데다 좋은 표현도 잘 알려주셔서 대화 자체가 즐겁다보니 말을 더 잘하게 된다. 그런데 남들도 역시 이 분 수업 좋은 건 다 알아서 예약 잡기가 어렵다.


뜻밖에도 옛날돈까스 투어를 해버렸고.


인생의 절반을 넘게 함께한 오래된 친구와 제일 좋아하는 찻집에도 갔다. 카페는 많지만 음료 맛과 음악과 책꽂이에 꽂힌 책 중에 아무것도 거슬리지 않는 가게는 의외로 드문데, 여기는 그 공간에 있기만 해도 기쁜 마음이 드는 티룸이다. 차 메뉴를 고를 때는 시향할 수 있도록 샘플도 같이 주시고, 찻잔도 고를 수 있다. 사장님이 정말 차에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차는 프리미어스 블렌딩 골든망고를 주문했고 잔은 임페리얼 포슬린을 골랐다. 잔 형태가 특이하고 입술이 닿는 부분이 와인잔처럼 얇아서 기분이 좋았다. 사자 모양의 손잡이도 특이하고 패턴도 예뻐서 어떤 제품인지 검색해봤는데 러시안소울 라인의 '빌리비나 바실리사'라고 한다.

랄프 왈도 에머슨, 자기 신뢰


멀쩡하게 잘 있다가도 부서지고 흩어지는 마음을 겨우 끌어 모으면서 지낸다. 대체로 물을 꽉 채운 컵을 들고 쏟지 않으려고 위태롭게 걷는 기분이고, 누군가 조금만 잘못 건드리면 그대로 엎질러질 것 같아서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제법 힘이 든다. 잘 먹고 잘 웃다가도 공습같이 어둠이 떨어지면 모든 것이 성가시고 미워지며 다시 이런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 자체가 억울하게 느껴진다.

친구가 너는 세상에 자기 혼자 뿐인 것처럼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으려 들어서 열받을 때가 있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났지만 여전히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건 어렵다. 기꺼이 기댈 곳이 되려고 나서 줄 것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기도 부서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은 좀 기대보라고 할 사람들임을 뻔히 알아서 그렇다. 뭔가 특별한 것을 해주는 것보다도 각자 자기 인생을 건강하고 부지런하게 잘 사는 게 결국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근본적으로 행복하게 하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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