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노동청 출석을 한 번 갔다 왔다. 공익활동인데 큰 힘 들이지 않고 권리구제 가능할 것 같다고 기대하고 있는 사건이다. 기분이 상하는 날도 있지만 뿌듯함을 느끼는 날도 있다. 전자가 후자보다 적거나 같아야 오래 이 일을 할 결심이 생길 텐데 말이다.
또 어느 날은 다가와서 다리에 머리를 부비는 귀여운 고양이를 만났고, 세잎클로버 문양이 찍힌 기네스 맥주도 마셨다.
두 사람의 연차를 허탕치게 했던 지난 월요일의 수모를 딛고 이집트 미라전에 재도전했다. 토요일 오후 3시쯤 도착했는데 입장 웨이팅이 280분이었다. 곧이곧대로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테라로사에서 두 시간쯤 기다렸더니 5시쯤에는 들어갈 수 있었다. 서울사람들이 이렇게나 4천년 된 시신을 좋아하는지 몰랐네... 7시에 관람 마감인데 6시가 입장 마감이라고 한다.
입구에서 영상이 재생되는데 사진이 제법 예쁘게 나온다.
미라 세 구가 실제로 있기는 한데 CT촬영본만 볼 수 있다.
초대 교회 모형이나 콥트어로 씌어진 성서, 묘하게 성경이 연상되는 문구도 있었다.
어둠이 내린 예술의 전당은 꽤 분위기 있었다.
자꾸만 나를 맛의 새로운 지평으로 인도해주는 친구와 함께 그리스 식당에 갔다. *고대문명 특집(?)*
그리스에 어떠한 연고도 없지만 어쩐지 고향의 맛처럼 느껴지는 포슬하고 따뜻한 무사카. 감자는 부드럽고 가지는 향긋하고, 라구소스는 풍미가 좋고, 살짝 구워진 베샤멜소스는 고소하다. 딱딱한 껍질 같이 보이는 것은 소스라서 실제로는 몹시 부드럽다.
티로피타키아는 바삭한 필로 안에 리코타치즈와 페타치즈가 들어있는 파이인데 향긋한 민트가 조화롭다. *참고로 나는 민초단이기는 하지만* 대놓고 치약맛은 아니라서 설명을 읽고 먹었는데도 무심코 이게 무슨 향이지?라고 생각했다.
수블라키는 평범하고 부드러운 돼지고기 꼬치구이지만 저 메뉴의 핵심은 흰색 소스(짜치키)이다(사실 어떻게 발음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음)
그릭요거트, 오이, 올리브유, 마늘, 레몬즙, 소금, 허브가 들어간다고 한다. 허브는 딜이 들어간 것 같았는데 너무..맛있어서 나오면서 한통 샀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주장하였던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는 그리스인이었다. 그는 기원전 6세기에 이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꿰뚫고 올리브 작황이 나쁠 때 헐값에 압축기를 모조리 사들였다가 좋을 때 압축기를 비싼 값에 빌려주면서 돈까지 잘 벌었다는 일화가 있다. 철학도이자 경제학도이자 티 러버이자 돈을 잘 벌고 싶은 인간으로서 올리브잎차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맛은..특별한 향은 없었고 그저 몸에 좋은 맛이었다고 해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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