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담백하고 단정하게 살아보고 싶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되 인정 받으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는 태도를 갖고싶다.
실패하게 되면 좀 귀찮거나 아쉬워지는 일들은 많지만 실패한다고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안되면/안하면 큰일난다는 조바심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참 부질없다.
이번 생에 가능하려면 제법 많은 수련이 필요하겠다.
<어쩔 수 없지> <어쩌라고>라는 태도로 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언제나 싸우는 일이나 급히 뭘 해결해줘야 하는 일에 연루되어 있다보니 뭔가 다른걸 생각해볼 여유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자꾸 내 말을 잘라먹고 은근슬쩍 말을 놓으려 하는 무례하고 나이든 근로감독관하고 연락도 그만하고싶다.
3,6,9개월 또는 3,6,9년마다 퇴사 위기가 온다는 직장인 369법칙..(근데 젊은 공무원들도 줄퇴사하는 요즘 9년이나 근속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3개월차에 동기가 퇴사해서 혼자남게 되더니 새로운 고비가 닥친 것일까 싶은 요즘이다.
이건 뭐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이렇게 뜬금없이 힘에 부쳐서 당황스럽다. 날씨가 덥고 습해서 기력이 쇠해진건지 일이 쇄도해서인지. 다들 휴가 안가고 뭐해요 정말
스스로 불러온 재앙(a.k.a. 스불재)이라는 신세대 용어(...)를 배웠다.
서면 내야 하고 미팅 잡혀있고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있고 번역봇까지 하고 있는 이 시점에 감히 노동법 채점자를 모집하는 강사님의 제안을 선뜻 수락했던 나의 상황에 그보다 더 적합한 말을 찾기는 어려워서 그 단어 안 지 얼마 안된 티를 팍팍 내면서 자주 쓴다.
그래..아무도 너에게 노무사를 하라고 하지 않았지..아무도 너에게 노동법 채점을 하라고 등떠밀지 않았지..
한 2주쯤 수명 줄이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무사히 넘겨보자
풀썩 쓰러져버리고 싶은 날들이지만 금요일에 퇴근하고 혼자 호다닥 밥먹고 <헤어질 결심>을 보러 갔다.
누가 이 영화는 오후 4시에 보러 가서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할무렵 영화관을 나와서 여운을 길게 즐기라고 하던데 맞는 말이다.
서래가 자신없는 한국어 단어들을 말할 때 멋쩍게 웃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뱉은 단어들이 한국어 화자들이 흔히 쓰지 않는 용법이더라도 자기 심정에 가장 근접했다고 생각하는 적확한 단어를 고르는 태도에서 품위가 느껴졌다. (한국어가 모국어이지만 맞춤법을 개차반으로 쓰는 그녀의 전남편들과 비교되는 점이다) 쪼차오자나!
+자꾸 누가 죽는 영화인데 중간중간 이렇게나 위트있을 일인가..
이건 <아가씨>에서 제일 사랑하는 장면이다.
<헤어질 결심>에도 이런 느낌을 주는 수묵화 같은 바닷가 장면이 나와서 좋았다.
여름휴가..
어디 멀리 안가더라도 시원한데서 영화나 주구장창 보고싶다.
일단 목숨부터 좀 부지하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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