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사통보 2주 안에 이직 확정-인수인계-퇴사가 모두! 이루어졌다. 속전속결.
퇴사 날짜까지 매듭짓고 나서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원래도 낮았던) 조직몰입도는 매일매일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그래도 어쨌든 시작한 일은 의뢰인과의 약속이니 퇴사 당일 아침까지 고객사에 가서 프로젝트 결과 보고를 했고, 퇴사하고 나서도 지금 진행중인 사건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이정도면 신의칙 지키고도 남는 것임이 명백하다고 생각하고, 차분히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는 이 회사는 나랑 안맞는 것 같고 다른 곳을 찾아가고싶다고 말했을 뿐인데 나의 ex-사용자는 내가 감히 퇴사한다고 말한 사실만으로 엄청 열받고 충격받은 것 같다. 그는 내가 퇴사통보를 한 날에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이미 쓰기로 한) 연차 쓰지마!!를 시전하기까지 했다ㅋㅋㅋㅋ...
하지만 어쩌겠어.. 나 이외에 남아있는 근로자라곤 한동안 대표의 동거의 친족 뿐이었던 가족회사이고(중요), 피드백이라는 것이 없거나 간혹 있더라도 내용이 틀리거나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이고(...) 판례 검색 사이트도 가입 안해줘서 최신판례도 못보는 가내수공업 같은 회사에 남아있을 합리적 이유가 나에겐 정말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는걸 어떡해ㅠ

일을 시키려면 그 일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식서비스 사업을 하면서 어느정도의 품이 드는 일인지 모르면 서비스에 대한 합당한 가격 책정을 하기 어렵다. 자기 역량은 부족하지만 그냥 직원을 '부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기도 잘 모르는 일을 무작정 던져넣듯이 시키는 리더가 있는 조직에는 돈을 생각하더라도 경력을 생각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오래 붙어있지 않는다. '직원을 부린다'는 개념 자체가 인적자원관리라곤 들어본 적도 없는 시대착오적인 사람이나 여전히 할 법한 생각이긴 하지만, 권위는 실력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러므로 '부리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을 쌓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실력을 저절로 쌓아 주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고 아무리 배워도 모르는 것은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래도 법률전문직 종사자로서 배우는 일을 게을리 하면서 모자란 실력을 인맥과 넉살과 술자리로 메꾸려고 하는 태도는 직업윤리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렇게 2021년 세번째이자 마지막 회사와 결별했다. (후기 : 일이 빡센게 300배 낫다. 제발 다들 취업할때 대표의 동거의 친족이 재직 중인 것을 알게 된 즉시 돔왕챠! 괜찮겠지 하지말고 제발...)
똑같은 1년인데 올해는 참 길게 느껴졌다. 힘들다 힘들다 했어도 여기서 (지금은 많이들 떠나가고 광명 찾은) 동기들과 보낸 시간은 커리어 성장의 측면에서도 개인적인 행복의 측면에서도 소중했다.
이제는 자주 갈 일이 없어진 율전동 맛집 추천으로 2021년과 수원생활 마무리! (순위별 아님)
1.힌카쿠

라멘 먹으러 가던 집인데 신메뉴 나무가지동(=돼지고기가지튀김덮밥)이 더 맛있다.
튀김은 역시 가지튀김이 최고야
2.라잌댓

퇴사한다니까 퇴사선물이라고 스콘을 주신 쏘스윗한 사장님.
여기 그릭요거트가 엄청 맛있는데 그걸 떠날 때 다 되어 알게 되어서 너무 아쉽군
샌드위치, 샐러드, 케익, 스콘, 쿠키 등 디저트도 없는 게 없고 음료 메뉴도 다양하고 다 맛있다.
*잠봉뵈르 레몬딜버터로 변경 매우 추천..
3.이라부


일을 시작하면서 예전보다 술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고, 종종 밖에서도 혼술을 한다.
이 동네 혼술장소를 찾다가 발견한 곳인데, 금요일에 야근하다 빡쳐서 동기를 끌고 가기도 했었지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다. 퇴사기념으로 여기서 혼술함
4.플렁드


아마도 생긴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 베이커리인데 지나가다가 발견했다.
처음에 가게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았으나 저 귀여운 해달의 얼굴만은 잊히지 않아서 가끔 '해달네'라고 불렀다.
사진은 까눌레와 고구마빵이지만 감자빵이랑 흑임자도넛이랑 블루치즈휘낭시에가 더 맛있었다.
가격은 좀 비쌈,, 하지만 이 가게 문을 열면 황홀한 행복의 냄새가 나서 이것저것 주워담게 된다.
5.에스쿱



아 여기가 빠지면 섭섭하지... 생긴지 얼마 안됐을 때 처음 갔다가 감동했다.
어설프게 파스타 모양만 내는 데가 차고 넘치는데 여기 사장님들은 진짜로 맛에 일가견이 있다.
진한 육즙이 팡 터지는 바지락 새우 라비올리(★★★★★), 브레이징한 소 볼살과 감자퓨레, 라벤더 판나코타가 진짜 맛있고 와인도 기가막힘.
'Lifelog > 사는 존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Lifelog] 간만에 몹시 신나게 술을 먹은 날 + 숙취해소 레시피 추천 (0) | 2022.05.18 |
---|---|
[Lifelog] 을지로의 날 : 몰또 에스프레소, 중대재해처벌법 정책세미나, 청첩장 모임 (0) | 2022.05.08 |
[Lifelog] 짧았던 봄이 지나가는 중 (0) | 2022.05.06 |
[Lifelog] 토익 980점 후기 : 산타토익 토익 고득점 300% 환급 패키지 (0) | 2022.02.05 |
[Lifelog] 대학로 나들이 : 다 고마워지는 밤 (0) | 2022.0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