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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북 리뷰] 로맹 가리, 《레이디 L》

by 노무사 송글 202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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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L은 아르망이 그녀에게 가르친 것과 그의 존재방식 사이에,
그가 주장하는 절대적 자유와 한가지 사상에 묶인 그 자신의 예속상태에 모순이 있었다는 것을 오늘날에는 안다.

절대적 자유에 대한 생각과 그 생각에 대한 헌신 사이에도 모순이 있었다.

그가 주장하던 인간의 자유와 한가지 이념, 한가지 이데올로기를 향한 그의 절대적 복종 사이에 모순이 있었다.


그녀는 오늘날, 인간이 정말로 자유로워야 한다면 자신의 생각으로부터도 자유롭게 처신해야 하고 논리에 전적으로 이끌리지 말아야 하며 
심지어 진리에도 묶이지 말아야 하고, 모든 것에, 모든 생각에 인간적 여백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유로운 인간으로 남으려면 아마도 자신의 생각과 신념마저도 뛰어넘을 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논리가 엄격할수록 그것은 감옥이 되고 삶은 모순과 타협의 일시적 조정으로 이루어지며,

대원칙들은 세상을 밝힐 수도 있지만 세상을 태워버릴 수도 있었다.

 

 

 

 

신념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은 양날의 검이다.

그 비장함은 '우리 편'의 든든한 무기가 되지만, 한편으로 신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외의 모든 문제를 사소한 것으로 만든다.

상반되는 두 주장을 펴는 사람들 중 누구 말을 신뢰할지를 결정할 때는 그 사람들이 비판이나 문제를 직면했을 때 취해 온 태도를 고려하는 편이다.

태도의 정합성을 유지하고자 새로운 사실에 눈 감고 귀막는 사람보다 자신이 간과해온 것들을 인정하는 사람의 의견을 더 신뢰한다. (물론 그 신뢰 또한 언제나 배신당할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사람을 어떤 가치의 상징이자 화신으로서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결연함과 비장함은 언제나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단지 어떤 사안에서 누군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을 배교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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