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og/일하는 존재
[Lifelog] 적의와 무례를 뒤집어쓰고
노무사 송글
2022. 11. 1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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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넘기자, 이번 주만 넘기자 하면서 큰 산 작은 산 넘다 보면 어지간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 안 할 수 있는 배짱이 길러지는 것이겠지. 지난주엔 노동위원회 재심사건을 이겼다. 득의양양하게 승리를 자축하기만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싸움은 또 다른 형태로 계속되고 있고, 전쟁 끝에 승자 없다고 다들 점점 너덜너덜해져 가는 것 같다.
비장하게 이입하기보다는 자아를 어느 정도 버리고 나는 그 무대에서 대리인이라는 역할을 맡은 배우로서 충실하게 배역을 소화하는 게 최고라는 마음가짐을 연습하고 있다.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오면 한바탕 성질을 부린 다음에라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국 책상 앞에 앉아 해야 할 일을 견디는 건 나의 특기다. 그래도 지난주는 내내 바짝 긴장했다가 녹초가 되고, 날카로운 적의와 무례를 오물처럼 뒤집어쓰고 다니는 기분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나를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인 사람과 상황에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 노자의 말처럼 구태여 모든 일에 일일이 앙갚음하려 하지 말고 그저 강가에서 낚시나 하고 있으면 적의 시체가 둥둥 떠내려오겠거니 생각할 뿐이다.
울컥 그만 살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었어도 그동안 나를 잘 어르고 달래고 끌고 묶어서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기특하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을 씻을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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