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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25장 : 배신하는 노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노무사 송글 2025. 4. 2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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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은 역량이 자신에게 저항할 만큼 조직되지 않은 곳에서 힘을 과시하며, 자신을 막을 둑과 제방이 준비되지 않은 지점을 알아채고 그곳에 공격을 집중합니다.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 시대의 상황과 일치하는 사람은 행복하지만 시대와 어울리지 않은 사람은 불행하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기 앞에 놓인 목적, 말하자면 영광과 부로 인도하는 일을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조심스럽게, 누구는 충동적으로, 누구는 격렬하게, 누구는 교묘하게, 누구는 참을성 있게, 또 누구는 그와 반대로 하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조심스럽게 행동한 두 사람 중 한 명은 자신의 계획을 달성하고, 다른 한 명은 그러지 못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운 사람과 충동적인 사람이 두 가지 상이한 방식으로 똑같이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오로지 그들이 행동하는 방식과 어울리거나 그러지 않은 시대 상황 때문입니다.

 

 

배신하는 노력도 수두룩하다

<군주론> 25장에서 마키아벨리는 역량을 쌓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경우 행운의 흐름에 더 취약하기는 하지만, 역량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역량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자연재해 같은 행운의 흐름에 휩쓸려 불운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역량을 쌓는 데는 필연적으로 시간과 돈의 투자와 고통이 수반된다. 
 
그런데 역량이 언제나 보답하지는 않는다. 마키아벨리 자신조차 역량을 갖춘 인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격랑에 휘말려 실각하고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역량을 갖추기 위해 애쓴 시간이 쓸데없는 것이었다고 후회하고 운명을 저주할 법도 한데 마키아벨리는 끝까지 '역량을 쌓는 일이 헛되지만은 않았다'는 믿음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살면서 나를 배신했던 노력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참이 아닌 사례는 현실에서 많이 체험하고 목격하게 된다. 그럴 때는 노력했던 과거를 후회하거나 노력했던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 중에 선택할 수밖에 없다. 아마 마키아밸리는 후자를 선택했고, 시대가 자신을 버릴지라도 자신의 통찰과 역량을 증언하겠다고 결단한듯하다.
 

효율적이고 천박한 시대의 품격있고 미련한 싸움

점점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성실과 노력의 가치는 실시간으로 저평가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티내며 과시하지 않고 그저 성실하게 공부나 일에 전념하는 태도도, 인간관계에 계산 없이 진심을 다하는 태도도 충분히 영리하지 못하고 미련한 낭비로 여겨진다. 
 

행운의 물때가 맞지 않아 이 노력의 결과가 보상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될 수 있는 최대한의 인간이 되기 위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것. 마키아벨리적인 인간의 품격은 패배할 때도 빛을 발한다.

 
역량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량은 존재의 품격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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